미국에 뚱뚱보가 유독 많은 까닭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2017. 7.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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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15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오니 두 가지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케네디 공항에 도착해 거리에 나서니 "야, 공기 좋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뉴욕의 주 산업은 월스트리트와 광고회사, 출판업, 브로드웨이 쇼 비즈니스, 다이아몬드 소매업이니 생산 공장이 거의 없다. 게다가 맨해튼 섬 양쪽으로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이 흐르고 있다.

미국인들 가운데 비만 인구가 많은 것은 매우 복잡한 사회구조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 한대수

두 번째 놀란 것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뚱뚱해?"이다. 완전히 걸어다니는 하마다. 궁금해서 공부를 해봤다. 첫째, 미국은 농업과 축산업 세계 1위 국가다. 땅이 금이다. 씨만 뿌리면 자란다. 농업이 첨단 하이테크로 발전됐다. 미국 옥수수 농장 하나가 여의도 크기인데 가족 7명이 관리한다. 비행기로 재배할 정도로 크다. 나는 수의학 공부를 할 때 한여름 메인주 젖소 목장에서 일을 했다. 홀스타인 소가 250마리나 됐는데 일꾼은 겨우 3명. 우리나라라면 적어도 20명이 관리해야 할 규모다. 과학적으로 농축산업을 한 결과다. 이에 따라 식료품 값이 아주 싸다. 뉴욕 평균 월세가 3000달러로 서울의 3배라면 식료품 가격은 서울 3분의 1밖에 안 된다. 수박은 한국의 3배 크기, 옥수수는 양호 팔뚝만큼 굵다.

둘째, 주로 빈곤층이 비만하다. 미국 정부가 어린아이를 기르는 빈곤층에게 'SNAP'이라는 식료품 쿠폰을 배급해준다. 아무리 가난해도 먹고는 살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이 제도의 혜택을 4540만명이 받고 있다. 미국 인구 12%나 된다. 문제는 빈곤층이 사먹는 음식이 주로 튀긴 것, 정육, 아이스크림, 빵과 케이크로 다들 살찌는 음식이다. 미국 부유층은 비교적 날씬하다.

셋째, 운동을 안 한다. 뉴욕은 덜하지만 다른 주 사람들은 늘 차를 타고 다닌다. 은행도 차 타고 가고, 점심도 차 타고 먹으러 간다. 아예 차 안에서 치즈버거를 먹는다. 게다가 요즘 직장은 육체노동이 배제된 책상 앞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더욱더 운동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미국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다이어트 산업이 엄청나다. 연 200억달러 비즈니스다. 헬스클럽, 다이어트 약, 책, 운동기구 등등.

넷째, 패스트푸드가 너무 많다. 양호를 낳기 전에 아기에게 패스트푸드를 먹이는 엄마를 보면 "정신 나간 엄마"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런데 양호와 함께 미국에서 10개월 살다 보니, 내가 정신 나간 아빠가 됐다. 피할 수가 없다. 가격이 싸고 맛있다.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2015년 맥도널드 최초의 흑인 CEO 돈 톰슨이 말했다. "패스트푸드는 정크푸드가 아니다. 싱싱한 토마토, 상추와 양파 그리고 기름 빠진 고기가 든 건강식품이다. 뚱뚱해지는 건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은 콜라를 너무 많이 마신다. 설탕 덩어리다. 우리나라 콜라컵 3배 되는 크기로 마신다. 점잖은 우리 할아버지도 코카콜라 중독자였다. 결국 당뇨병으로 돌아가셨다. 미국 부유층은 유기농 식품만 찾는다. 값도 보통 식료품의 2배다.

인간은 불만을 음식으로 해결한다. 우울하면 알코올로 해결한다. 둘 다 뚱뚱보가 되는 지름길이다. 영화 '대부'로 유명한 늘씬한 미남배우 말런 브랜도는 80세로 죽을 때 145㎏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I don't mind that I'm fat. You still get the same money(뚱뚱해도 상관없어. 돈은 똑같이 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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