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인구조사 비용 600만弗 지원 요청

김세웅,안병준 2017. 7. 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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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엔 통해 타진..정부, 남북기금 출연 검토
文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간 교류
북한이 내년 '인구총조사(인구센서스)' 실시를 앞두고 국제기구인 유엔인구기금(UNFPA)을 통해 우리 정부에 600만달러 규모의 비용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번 요청이 국제기구를 통해 접수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교류를 이어간다는 기존 방침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거듭된 도발로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인구총조사 같은 유엔을 거치는 인도적 지원은 제재와는 무관하다. 한반도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첫 남북한 당국 간 교류여서 화해·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신호탄이 될지도 주목된다.

1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한성렬 북한 외무성 차관은 오는 10월 인구총조사 시범조사에 앞서 지난달 미국 뉴욕에 소재한 UNFPA를 직접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차관은 인도적 사업 지원을 언급하면서 인구총조사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UNFPA는 올해 초 북한 인구총조사 계획을 밝히고 각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도 지난 3월 원혁 북한 중앙통계국 부국장이 노동신문과 인터뷰하면서 10월 시범조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UNFPA는 우리 정부와 협의한 후 '한국은 북한에 600만달러를 지원하되 북측은 △조사항목 선정 △조사결과 제공 △조사원 교육·훈련 실시 등 한국 측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라'고 정리했다.

이 같은 결정에 통일부는 현재 총 1조원 중 2000억원이 활용 가능한 남북협력기금에서 재원을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통계청은 통일 이후 활용을 위한 조사항목 설계와 현지 조사원 교육·훈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10월 시범조사와 내년 본조사에 우리 측 관계자의 참여를 위한 방북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인구총조사를 위한 국제사회의 시설·장비 지원에 관심이 많다"며 "물적 지원만 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이득이 없기 때문에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최대한 북한의 인구 정보를 우리 기준으로 상세히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구총조사에 우리 정부가 관여하는 건 향후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총조사는 한 국가의 인구 상황을 총체적·다면적으로 파악하는 기초자료로 북한의 전반적인 사회현상과 생활상에 관한 최신 정보를 쥐게 된다. 이를 통해 북한의 중장기 경제계획이나 남북 경제협력 등을 수립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북측이 2008년 실시한 인구총조사에 근거해 북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이나 장기적인 개발협력 등 대북지원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최신 인구 관련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취약계층을 위한 보건지원 사업이라고 보기엔 힘들지만 통일한국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중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인구조사 사업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통일부는 UNFPA의 북한 인구보건조사 사업을 위해 2015년 10월 남북협력기금에서 13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실제 80만달러가 집행됐다.

당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 우리 측 비무장지대 내에서 수색작전을 펴던 국군 장병 2명이 북한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으로 판명된 목함지뢰에 의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으로 남북관계 긴장이 완화되며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또 북한은 2008년과 1993년 두 차례 같은 방식으로 유엔과 우리 정부의 후원을 받아 인구총조사를 했다.

UNFPA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2008년 2235만명에서 2014년 2421만명으로 약 200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세웅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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