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달로 IT강국 한국은 부자될 수도"
"계급 불평등 심해져 규제 필요"
"11세기 고려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중국 송나라가 공격해올 수도 있고, 거란족이 약탈하러 올 수도 있어요. 왕위를 놓고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정치적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농경사회였던 고려가 40년 뒤에 갑자기 산업혁명을 일으키지는 않겠죠. 벼농사 짓는 법, 비단 짜는 법을 계속 가르치면 됩니다. 2017년은 다릅니다.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할지도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한국을 찾은 유발 하라리(41·사진)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석기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발전한 과정을 추적하고, '호모 데우스'(김영사)에서는 생명공학 등으로 신(神)과 같은 힘을 얻은 인류의 미래를 그리면서 스타 학자로 떠올랐다.
그는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상황은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스스로 사고하는 기능이 당분간 개발되기는 어렵기 때문. 오히려 그는 AI와 생명공학 발달이 소수의 엘리트에게 부(富)를 집중시키고 나머지 인류가 잉여계급(useless people)이 되는 극심한 불평등을 경계했다. "19세기 산업혁명은 노동계급이 있어야 했습니다. 자본가, 독재자, 군사정권 모두가 공공의료·교육 시스템을 정비해서 이들을 산업역군으로 써야 했지요. 미래에는 인간 노동력이 필요 없어집니다. 소수 엘리트가 잉여계급을 배려할 이유가 없는 거죠. 산업혁명 당시보다도 심해질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사기업의 AI 개발을 적절히 규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처럼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면 잉여계급도 사람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AI 발달 등으로 자동화가 이뤄지면 노동집약적 산업을 가진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핀란드·한국 같은 IT 강국은 오히려 돈을 더 벌지도 모르고요. 그렇다면 기본소득 제도가 필요한 나라는 핀란드가 아니라 방글라데시가 되겠죠. 그런데 핀란드가 자국 정부 예산을 방글라데시인의 기본소득으로 주려고 할까요? 이에 대한 지구적 합의가 없다면 개별 국가의 기본소득 정책이 AI 시대에 벌어질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겁니다."
50개 언어로 번역된 '사피엔스'는 국내에서 35만부가 팔렸다. 신작 '호모 데우스'도 출간 두 달 만에 9만부 팔렸다. 그는 "'사피엔스'에서 과거를, '호모 데우스'에서 미래를 이야기했으니 다음 책에서는 현재를 다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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