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목표물을 찾아내 공격명령을 내릴 수 있다" 김형주 한화시스템 AESA 레이더 개발센터장이 힘줘 말했다.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할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국내 개발이 1차 관문을 넘었다. AESA 레이더는 잠자리의 눈처럼 1000여개의 작은 레이더로 구성되는데 이를 통해 동시에 여러 대의 적 전투기를 식별할 수 있다. 최첨단 전투기의 ‘눈’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방사청은 13일 개발업체인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에서 AESA 레이더를 공개하면서 “1차 점검에서 총 162개의 요구항목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6년까지 모두 3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AESA 레이더 2차 검증은 이스라엘로 건너가 내년 3월에 이뤄진다. 엘타사에서 송수신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한 뒤 실제 항공기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관련 기술 개발을 아직 끝내지 못해서다. 이어 2022년 실제 전투기 탑재에 맞춰 국내 개발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AESA 레이더 국내 개발 과정은 사연이 많았다. 당초 방사청은 2014년 F-35A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미측으로부터 AESA 레이더 기술을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 정부가 돌연 절충교역 약속을 깨면서 한국에 제공키로 했던 25개 핵심 기술 중 ▶AESA 레이더 ▶IRST(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획득 및 추적장비) ▶EW Suite(전자파 방해장비) 등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국내 개발을 결정했지만 결정 당시만 해도 개발능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역량이 부족한 업체를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1차 검증 통과로 국내 개발은 순항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ESA 레이더의 원리는 이렇다. 고정된 레이더 내의 작은 레이더는 원하는 방향으로 전파를 보낼 수 있다. 목표물이 있는 방향으로 레이더를 움직이는 기계식(MSA) 보다 더 넓은 영역을 빠르게 자동으로 탐지·추적할 수 있다. 레이더에는 전파를 쏜 뒤 반사된 정보를 받아 처리하는 송수신 모듈(TRM)이 달려있다. ADD 관계자는 “직경 1m의 공간 안에 약 1000개 정도의 모듈이 설치돼 있다”며 “미 F-35 전투기에 탑재된 AESA 레이더와 성능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모듈의 길이는 30%, 무게는 10% 수준까지 줄여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AESA 레이더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5개국에서만 개발에 성공했다.
한편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KF-X 사업’은 2015년부터 13년간 총 8조 8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개발비용의 20%를 부담하면서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