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코멘터리]'연못 속 고기'가 된 송영무..군 통수권자의 빠른 결단 필요

박성진 기자 2017. 7. 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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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송영무가 로펌에 간 까닭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표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연합뉴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역전의 용사’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법무법인 율촌에서 방위산업과 관련한 자문에 응하는 고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중략)···송 고문이 하는 일은 방위산업체의 무기 수출을 주선하고 방위산업체와 관공서 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변호사와 함께 이를 조정하는 역할이다. 송 고문은 ‘국내 무기체계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며 이를 후발 국가들에 판매한다면 많은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며 “군 시절 활발한 군사교류를 통해 쌓은 외국 장성들과의 인맥을 통해 방산업체의 수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공서가 무기 개발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정부와 업체 간의 분쟁 또는 업체끼리의 분쟁에 조정자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2009년 7월 15일에 보도된 ‘前해군총장이 로펌에 간 까닭은?’이란 제목으로 보도된 한 보수 언론매체의 기사 내용이다.

이로부터 8년 후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송영무 전 해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전직 해군총장의 직위를 활용해 고액 연봉을 챙긴 파렴치한 취급을 받는다. 송 후보자가 로펌 고문의 역할에 대해 8년전 기자에게 한 말과 청문회에서 한 말은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전에는 그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치켜세우며 보도했던 언론매체조차 이제는 국방장관 부적격자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송 후보자는 율촌이라는 로펌에서 월 300만원이나 30만원 정도를 받았다면 국방장관 후보자로서 자격이 있고, 월 3000만원(세금 제하면 1600만원)을 받았으면 자격이 없는 것일까.

■골프를 둘러싼 난상토론

한 야당 의원은 지난 12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도발 추모일과 제1연평해전 기념일 당일에 군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송 후보자는 60만 장병과 대한민국을 지켜온 수많은 예비역의 명예를 더는 실추시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용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천안함 피격 6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지난해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 추모행사가 있었던 2013년과 2014년 11월 23일, 제1연평해전 기념일인 2012년 6월 15일 각각 골프장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야당 의원이 언급한 날에 골프장을 찾은 예비역 군인들 가운데는 송 후보자 뿐만 아니라 전직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들도 수두룩 할 것이다.

물론 송 후보자가 해군 총장 출신이기 때문에 이날에 골프를 치면 안된다는 논리에 수긍하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이날 골프를 친 예비역 해군은 전직 총장이 아니라도 장군 출신이면 모두 국방장관 자격이 없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 이날 골프장을 갔던 해군 출신 민간인은 다 국방장관 후보자로서 하자가 있는 꼴이 된다.

차라리 이런 날에는 해군 골프장은 휴장하라고 주장는 게 더 어울릴듯 싶다. 게다가 6·25 이후 최초의 승전이라는 제1연평해전 기념일까지 골프를 삼가해야 한다는 논리는 좀 어색하다.

이런식이라면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응한 작전 주체는 합참이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 도발일에 골프장을 간 합참 출신 예비역 장군들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전·현직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국 장성들 역시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일어난 날에 골프를 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자신의 지역구에서 북한의 침투 상황을 가정한 을지훈련이 실시되는 도중에 이 지역 정치인 등과 함께 골프 라운딩한 것이 드러나 OO일보에 보도된 바 있다.

이들 일행이 라운딩한 시간은 적 특수부대가 이 지역에 침투해 정수장을 파괴하고 시민의 생명과 지역을 위협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당시 OO일보는 지역주민의 발언을 인용해 “국가적인 가상 전시 훈련에 한가롭게 골프를 치는 정치인의 모습에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국민의 봉사자인지 의심을 갖게 한다”며 “어떻게 저들을 바라보아야 할지 참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독도함이 독도 앞바다에서 기동 항해를 하고 있다. 독도함의 이름은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가 명명한 것이다..

■송영무와 그 적들

송 후보자는 총장시절부터 호불호가 분명한 그의 거침없는 성격 탓에 따르는 장교와 부사관이 많았지만, 등을 돌린 장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개혁을 앞세운 송영무 당시 해군총장의 정책에 ‘다치거나’나 피해를 입은 경우였다. 이때문에 송 전 해군총장이 국방장관 후보자가 된 지금에 와서 이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송 해군총장은 대병과주의를 내세워 해군 기관장교를 항해장교처럼 전투병과에 포함시키는 개혁 조치를 지시했다. 그 결과 기관장교가 함장이 되는 사례가 나왔지만, 그의 대병과주의는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며 일부는 반발했다. 그는 해군의 1번 강습상륙함 이름을 ‘독도함’으로 지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도 개혁 대상으로 삼았다. 해사 교수들이 연구비 전부를 선임교수 통장에 몰아 입금하는 관행이 드러나는 등 연구비를 둘러싼 잡음이 일자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도록 해주겠다’며 해사 사상 처음으로 해병대 장군을 해사 부교장(생도대장)으로 임명했다. 관행을 깨는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이 역시 ‘전통을 깼다’며 상당한 반발을 샀다.

송 전 총장은 또 해군 헌병이 ‘도망병 체포조’의 예산을 더 타기 위해서 70세 고령 대상자까지 (탈영병) 명단에 포함시키는 등 여러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주도한 헌병들을 군법에 회부했다. 또 과거 악습을 이어온 선임 헌병들을 모두 전역조치하고 헌병 40여 명을 징계조치하는 한편 헌병 병과장을 헌병에서 함장 출신 항해장교로 바꿔버렸다.

그는 총장 시절 경남 진해 기지에 몰려 있던 소해정을 서해 2함대와 남해 3함대로도 나눠 배치시켰다. 기뢰 제거업무를 하는 소해정이 한곳에 몰려 있는 것은 해군 작전을 펼치는데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부사관들이 생활 터전을 바꿔버리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는 것을 무릅쓰고 내린 조치였다.

■시급한 군 통수권자 결심

국방개혁은 당장 감내할 고통이 상당할 것이라고 군 안팎에서는 예견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군내 저항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국방개혁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 당사자로 송 후보자를 꼽는데 대해 이견은 별로 없는 듯하다. 거칠게 말하면 국방개혁의 대의를 위한 악역까지 맡을 수 있는 그릇은 송 후보자밖에 없다는 말까지 군내에서는 나오고 있다. 과거 그의 해군총장 시절을 비춰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송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진나라 때 책인 <여씨춘추>를 보면 갈택이어(竭澤而漁)란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의미로, 일시적인 욕심 때문에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질책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 갈택이어가 요즘 상황에 딱 어울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기(송영무)를 잡기 위해 연못의 물(국방개혁·전작권 전환)을 말리는 꼴이다. 국방개혁 추진은 정권 초기에 추동력을 갖고 해야 하는데 시간만 자꾸 까먹고 있다. 그러면서도 송 후보자 외에 특별한 대안도 없다는 말이 청와대쪽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연못의 물은 ‘군심’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하염없이 늘어지는 국방장관 임명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파이트 투나잇’해야 할 군인들이 납작 업드린 채 고개를 돌려 청와대와 여의도, 국방부쪽으로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막말로 군심(연못의 물)이 말라가고 있다. 군 통수권자가 오히려 군심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군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른 국방장관 후보자를 찾아 인사청문회 날짜를 또 잡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군은 흔들리다 못해 넘어질 수 있고 안보 위기지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너무도 빨리 돌아가고 있다. 다른 국무위원들과는 달리 국방장관은 정치적 흥정대상으로 삼기에 곤란한 측면이 있는 것도 이런 환경에서 비롯됐다. 오죽하면 대안이 없다면 국방개혁과 전작권 전환은 나중에 생각하고 차라리 한민구 국방장관을 유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겠는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송영무 후보자의 국방장관 임명 여부에 대해 가능한 빨리 결심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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