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영장 발부된 결정적 요인은 '언론플레이'.. 제보조작 전말

이형민 기자 2017. 7. 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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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40)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12일 구속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그를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작된 제보 자료가 만들어지고 발표되기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의 책임도 이씨 못지않게 중하다”고 밝혔었다. 당초 그의 범죄 혐의를 설명할 때 ‘미필적 고의’를 넘어 ‘확정적 고의’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법원이 검찰의 이런 판단을 수용했다. 서울남부지법 박성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30분쯤 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이준서-이유미 공범관계’ ‘이준서의 사실상 주범 역할’을 인정한 결정적 요인, 수사가 ‘윗선’을 향해 급물살을 타게 한 핵심적 대목은 무엇이었을까.

제보조작 사건의 전말을 되짚어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된 줄 몰랐다”는 항변에도 결국 구속된 배경에는 조작된 자료를 공개하기 전후에 그가 시도했던 ‘언론플레이’가 있었다.

◇ 제보조작 사건의 전말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27일 당원 이유미씨에게 문준용씨의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료였던 사람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씨에게 “당 청년위원장이 될 수 있게 해주겠다”며 “특혜채용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구해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문준용씨 의혹을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미씨는 지난 4월 30일 본인과 회사, 아들 명의의 휴대전화 3대를 이용해 문준용씨가 취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카카오톡 대화를 만들어냈다. 5월 1일에는 조작된 카카오톡 대화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송했다. 이 전 최고의원은 이 대화를 기자에게 건네며 다시 보도를 요청했다. 기자는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요구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또 다시 이씨에게 실제 대화를 녹취해오라고 지시했다.

이유미씨는 5월 2일 남동생과 함께 ‘대화 녹음 파일’을 조작해 만들어냈다. 녹음된 대화에 등장하는 ‘문준용씨의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료’는 이씨의 남동생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후 이씨를 시켜 제보자가 보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녹취도 만들어 기자에게 보냈다. 그러나 기자가 진위 확인이 어려워 보도할 수 없다고 거절했고,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조작된 ‘문준용씨 취업특혜 제보자료’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에 보고했다.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은 선거를 코앞에 둔 5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조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폭로였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 6일 김인원, 김성호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과 익명 제보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겁을 먹은 이유미씨는 이날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제보자 협조가 안 되면 여기서 중단하자”는 얘기를 꺼냈다. 저녁에는 전화로 “제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국민의당은 5월 7일 2차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제보받은 내용은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 이준서 구속의 결정적 요인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지난 9일 “혐의가 인정되고 사안이 중하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작된 제보 자료가 만들어지고 발표되기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전 최고위원의 책임도 이씨 못지않게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단순히 ‘미필적 고의’로 조작된 내용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확정적 고의’로 제보 조작에 관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의도적으로 제보 조작에 참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30일 이 전 최고위원이 이씨에게 “문준용씨의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료였던 사람을 알고 있다”는 얘기만 들은 상태에서 기자에게 취업 특혜 의혹을 보도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먼저 언론부터 접촉했다는 점이 제보 조작 및 활용에 적극 개입했다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5월 6일 “사실 제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은 뒤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자가 없다는 사실을 듣고도 이를 무시하고 당 차원에서 ‘문준용씨 의혹 제보는 사실’이라는 내용의 2차 기자회견을 열도록 유도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2차 기자회견 때 이미 제보 내용이 허위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향후 수사 초점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결국 구속되면서 국민의당 지도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의당은 12일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진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는 본격적으로 국민의당 ‘윗선’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그동안은 제보가 조작된 과정에 수사력이 집중됐다. 이제부터는 당 지도부가 제보 내용을 어떻게 검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공식 발표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5월 대선에 임박해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던 김성호,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을 이르면 13일 소환할 방침이다.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소환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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