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알파고 시대에 암기 시험? 오픈북 도입 고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7. 7. 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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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 오픈북 도입 TF 시작
- 평가제도 바꿔야 창의력 키운다
- 시국선언 징계철회, 당연하다
- 교사도 시민…정치표현 허용해야
- '최초' 임기마친 교육감 될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희연(서울시 교육감)

오픈북 시험. 오픈북 시험이란 시험을 치를 때 교과서나 필기노트 같은 걸 펴놓고 참고해가면서 답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시험방식이죠. 주로 대학가에서 이런 방식을 종종 씁니다. 그런데 만약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런 오픈북 시험을 치른다면 어떨까요? 서울시의 조희연 교육감이 이 방식을 지금 고민 중이랍니다. 3주년 기자회견 내용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함께 고민해 볼 만한 이슈 같아서 오늘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만나보죠. 조희연 교육감님, 안녕하세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진=자료사진)
◆ 조희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치른다? 이게 사실은 상상도 쉽지 않았던 일인데. 갑자기 어떻게 이 화두를 꺼내셨어요?

◆ 조희연> 당장 실시한다는 그런 의미보다는요. 요즘 알파고 인공지능시대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인공지능시대에 적합한 창의적 수업,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평가방식이 뭐냐. 이런 고민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금 TF를 구성해서 평가 전반에 대해서 고민하는 TF가 시작을 하고 있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오픈북을 당장 하자 하는 의미보다는 암기식 지식교육의 문제성을 좀 드러내고 그걸 뛰어넘는 방법, 이런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환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뭘 외우는 시험이 아니라 이제는 좀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 보자. 이게 참 취지가 좋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시자마자 지금 학부모와 학생들 취지가 좋다, 찬성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이제 대학생들이야 두꺼운 책 몇 권을 놓고 오픈북 한다지만 우리 초중고는 시험범위 몇십 쪽을 딱 정해 놓고 거기서 문제를 내는데 오픈북을 하면 그냥 답을 다 알려주는 시험이 된다,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시험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희연> 사실은 오픈북을 하면 선생님들이 시험문제 내는 게 훨씬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암기된 지식을 전제로 해서, 말하자면 그 암기된 지식을 가지고 창의적 조합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측정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교실수업도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자료를 검색하고, 그걸 분석 종합하고, 문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 경로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상하고…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된다는 취지가 좀 있는 거죠.

◇ 김현정> 시간은 걸리더라도 그 방향으로 점점 수업이 변해갈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 조희연> 변해가도록 노력해야 되죠.

◇ 김현정> 굉장히 이상적입니다. 말씀을 들어서는 참 좋은 방식이긴 한데. 헌데 이런 식의 시험 평가방식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냐, 주관적인 것들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 이 부분에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실 것 같아요. 어떻게 보세요?

◆ 조희연>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문제가 사실은 이제 다양한 고민 중의 하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된다는 취지고요. 만일 오픈북 시험이 시행되고 정착하려면 예를 들면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라든지 시행에서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든지 이런 여건 조성이 좀 필요하고요. 공정성 중심의 평가에서 타당성 중심의 평가로 전환하는 한 계기가 될 겁니다.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라는 문제 설정을 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거죠. 그런데 통상은 문제 설정도 안 할 뿐만 아니라 설정된 문제에 단일의 해답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거든요.

◇ 김현정> 지금은 보기 1번, 2번, 3번 중에 하나를 찍어야 되고 단답형의 답을 딱 맞게 적어넣어야지만 정답이 되는 건데 거기서 좀 탈피해 보겠다, 그런 말씀이세요?

◆ 조희연>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결국은 이제 얼마나 선생님들이 그 과정에서 또 공정하게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이런 식으로 패러다임이 다 바뀌어버리면.

◆ 조희연> 그렇습니다. 그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하나의 문제제기고요. 토론을 해 보고 일단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주체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도록 할 거냐 이런 관점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교육청에서 '질문 있는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엉뚱한 질문을 하게하고 그걸 북돋아주는 것도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대개 지금은 엉뚱한 질문 하면 '야, 진도 나가는데 무슨 그런 엉뚱한 이야기를 해' 이런 분위기지 않습니까? 그런 걸 극복하려고 많은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는데도 이게 궁극적으로 평가 방식에 의해서 제한이 되고 있는 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조금 더 앞으로 나가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사실 현장에서는 이 수행평가, 과정평가가 취지는 좋지만 또다시 왜곡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것 때문에 또 사교육시장이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부모가 정보 없고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 그 학생들은 또 점수를 못 따고... 여러 가지 불만의 목소리도 많거든요?

◆ 조희연> 그렇습니다.

◇ 김현정> 차라리 예전처럼 수능이나 학력고사로 그냥 쭉 줄 세워서 가는 게 제일 공평하다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는 거 아십니까?

◆ 조희연>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미 시대적 흐름이 단순 암기 측정은 이미 낡아버렸다는 것을 너무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시는 많은 기업가들도 결국은 교육혁명을 얘기합니다. 교육개혁을 얘기하게 되는 이유가 그건데 이제 문제는 사교육이 거기 작동하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제 언제나 이것도 예를 들면 사교육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 김현정> 오픈북 하면 또 거기에 맞는 사교육 시장이 또 열릴 수도 있다는 거죠.

◆ 조희연> 저는 단순 암기측정보다는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마는 이제 어떤 제도를 선택하더라도 풍선 효과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건 이제 저희가 섬세하게 보완대책을 해야 되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렇게 좀 설명을 드리고 싶어요. 뭐냐 하면 오히려 우리 이전보다 잘살게 됐잖아요, 성장의 역설입니다. 성장의 역설이라는 게 뭐냐하면 옛날에는 사교육의 차이가 단과반 가냐, 종합반 가냐 이런 수준의 차이라면 지금은 한 달에 3천만 원 하는 황제 사교육과 학원에도 못 가는 학생의 격차로 나타나는 겁니다. 바로 이제 이런 점에서 보면 이게 사회 전반에 우리 불평등이라든지 소득격차라든지 이런 사회 전반의 문제가 함께 좀 개혁되어가야 한다는 거고요. 이게 무슨 좋은 제도를 만들어가야 되고 좋은 평가방식을 가져가야 되는 건데, '그냥 지금 이대로 여기에 있자'는 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걸 이제 역으로 생각해 보면요. 돈으로 스펙을 쌓는 게 지금의 사회 현실인데… '좋은 취지다, 좋은 취지다' 하면서 오픈북 같은 새로운 교육제도를 적용시키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그런 의문도 던져볼 수 있겠어요.

◆ 조희연> 맞습니다. 맞고요. 그래서 저도 교육개혁은 사회개혁과 같이 가야 된다고 봅니다. 단지, 지금 사회개혁이 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럼 교육까지 주저앉아 있을 거냐’는 거고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보완대책을 하면서 또 이제 예를 들면 이제 새 정부가 맞이해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뭐 공정거래에 대한 감시부터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 이런 여러 가지가 지금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조희연> 그러니까 이제 그런 것들이 좀 저는 숨통을 터줄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일단 우리가 논의를 해 보자. 사회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교육까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취지이신 거군요?

◆ 조희연> 맞습니다.

◇ 김현정> 교육감님, 그나저나 2014년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이 징계를 받았었는데, 징계 철회 결정을 하셨어요.

◆ 조희연> 쟁점이 이겁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국정역사교과서 반대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그럼 지금 저희 입장에서 보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국정역사교과서 반대 때문에 촛불시민혁명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죠. 굉장히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걸 가지고 교사 공무원의 시국선언을 처벌을 한다, 이게 이제 맞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지금 국민들이 징계철회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도 있고, 그리고 또 새 정부의 교육부나 여기에서도 이걸 수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것은 징계를 좀 적극적으로 철회한 겁니다. 그리고 많은 시도교육청에서 그렇게 동반해서 철회했습니다.

◇ 김현정> 국가공무원법상에 정치운동금지, 집단행위금지 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이어서요. 그럼 앞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 부분은 좀 애매할 수도 있겠어요.

◆ 조희연> 그렇습니다. 그래서 차제에 어차피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많은 정책들을 새 정부가 고안하고 있는데요. 저는 교사와 공무원도 일반시민으로서의 정치적 표현자유는 좀 폭넓게 인정할 수가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예 법조항을 바꿔야 된다고 보세요, 이제는 시대에 맞게?

◆ 조희연> 그러니까 교사도 시민이거든요. 그러니까 교사에게도 온전한 시민적 권리를 보장해야 되고 그 시민적 권리 중의 하나는 대통령도 비판하고 어떤 정책에 대해서 반대도 하고. 저는 그런 정도는 충분히 허용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

◇ 김현정> 그렇게 따지면 교사만 그러냐. 다른 공무원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도 남긴 하는데요?

◆ 조희연> 저는 교사와 공무원들이 이런 정치적 의사표현, 낮은 수준의 시민적 권리에 대해서는 좀 표현해도, 그리고 우리가 그걸 허용해도 우리 사회가 그걸 바로 혼란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만일 세월호 사건이 다시 난다면? 시국선언 하셔야죠. 국정교과서를 다시 정부가 추진한다면? 다시 반대 의견 표현해야죠.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소신,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또 갑론을박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정치적인 의사표현.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신 것 같고요. 이제 임기가 1년 남으셨죠?

◆ 조희연> 네.

◇ 김현정> 끝으로 짧게 각오 한 말씀 하고 인사 나눌까요?

◆ 조희연> 저는 시민들께 감사를 많이 드리면서 지금 직무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직선 교육감으로서는 최초로 임기를 마친, 선출 교육감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최초십니까?

◆ 조희연> 그거 감사드리고요. 왜냐하면 중간에 많이 선출직이 된 이후에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조희연> 저는 오히려 감사드리고 남은 기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교육 개혁을 하는 그런 교육감으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희연>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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