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냄비받침' 안희정, 의리+진정성+유머 "다 갖췄다"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7.07.12 06: 49

'냄비받침' 안희정 충남지사가 진정성 있으면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11일 방송된 KBS 2TV 예능 '냄비받침'에서 이경규가 19대 대선 후보자 릴레이 인터뷰의 세 번째 주자로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를 만났다.  경선 끝나고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슬프게 지냈다"고 답했다. 
볼뽀뽀, 대연정, 선의 등으로 화제가 됐던 부분과 관련해 질문이 시작됐다. 안희정은 "대선 개표 날에는 술을 많이 마신다. 기뻐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고. 다만, 술이 취했냐 안했냐는 부분에서는 안 취했다. 경선 참모들과 개표방송을 보다가 맥주 한 캔 먹었다. 그때 해외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75도 술을 가져와서 맥주에 섞어서 먹게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볼뽀뽀에 대해서는 "경쟁하는 과정에서 저도 마음이 힘들었지만 대통령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내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다. 고통스러운 경쟁을 치렀다는 것이 한편으로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이겼으니까. 인정과 승복의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당시의 경선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성숙해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경선 탈락한 바로 다음날 잠바 입고 기호1번 문재인 캠프로 들어가 있더라. 세상 참 믿을 놈 없겠구나"라고 말해 웃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내 도지사직을 해야 하는 아버지 대신에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운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OX퀴즈가 시작됐다. 경선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질투가 난다는 질문에 O를 들었다. "외국 순방도 가고 나도 저러려고 도전했는데 난 못갔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람의 착한 품성이 국정에 잘 들어가서 굉장히 잘 하시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변했다. 
'충남의 엑소'라고 불리며 정치인으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O를 들었다. "평생 들었던 이야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외모가 아니라 정치인으로 꾸준히 노력해왔고 직업 정치인으로 성실함과 정직함이 예쁘게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89년 김덕룡 의원 비서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안희정은 자신을 '직업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민에게 빌어먹는 사람이라는 거다. 그래야 국민에게 충성한다. 오로지 국민의 사랑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 같다"고 신념을 밝혔다.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에 대한 질문에 88년도 학생운동 시절 남산 안기부에서 한달 동안 취조를 받을 때를 꼽았다.
"안희정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는 1988년 두 번째 구속이 돼서 남산 안기부에서 취조 받을 때였던 것 같다. 청년 안희정의 인생은 그때 끝났다. 하지만 더 좌절한 순간은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 서울구치소 똑같은 방에서 복역하던 순간이었다. 똑같은 장소에 양심수로부터 부패한 정치인이 되어서 가 있는 기분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 감옥에 간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며 "다만 노무현 대통령을 모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2008년 공천에서 배제 됐을 때를 회상하면서는 "명치를 맞아서 숨이 안 쉴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고 노무현 대통령이 안희정 지사의 출간을 축하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안희정씨가 나 대신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다 했다. 나는 엄청난 빚을 진 것입니다. 근데 이 친구가 훌륭한 것은 그 이후 자기 당했던 고생이라든지 희생에 대해서 한번도 생색을 낸 일이 없어요. 그리고 나한테나 같이 일한 참모들에게 한번도 부담스럽게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안희정은 "나중에 영상 찍은 거 보니까 울고 계셔서 출판기념회에 틀지 말라고 했다"며 "참모가 그 분의 눈물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죠. 대통령님의 눈물로 비싼 퇴직금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듬해 돌아가시고 나서 대통령의 추억의 영상이 될줄이야"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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