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미세먼지 ‘나쁨’ 같은데… 예보는 왜 ‘좋음’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세먼지로 알아보는 ‘평균값’

올봄 서울 남산에 나들이 온 한 가족이 미세먼지를 피하려고 마스크를 쓴 채 시내를 바라보고 있지만 희뿌연 탓에 제대로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올봄 서울 남산에 나들이 온 한 가족이 미세먼지를 피하려고 마스크를 쓴 채 시내를 바라보고 있지만 희뿌연 탓에 제대로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상훈은 얼마 전 어느 지역에서 미세먼지 측정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많아 시민 불만이 많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상훈 역시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자주 확인해 보는데, 측정 결과와 본인이 느끼는 농도에 차이가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상훈: 미세먼지 농도는 어떻게 측정되고 예보되나요?

엄마: 뉴스에서 본 지역의 경우, 그 지역 내 몇 개의 측정소에서 수집한 값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그 지역 전체에 일괄적으로 예보 또는 경보조치를 내린다는구나. 측정소 위치나 특징에 따라 지역 간 차이가 있을 텐데 이를 반영하기가 어렵지.

상훈: 아, 그래서 꼭 미세먼지 ‘좋음’이 제가 있는 곳이 좋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 평균의 함정

주어진 자료를 대표하는 값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많이 활용되는 것이 ‘평균’입니다. 평균은 한 집단을 평가할 때 또는 다른 집단과 비교할 때 유용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평균이 대상을 잘 반영하는 대푯값이라는 공감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전체 자료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평균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4인 가족’이라는 말은 1980년대 이후 계속 사용돼 왔던 기준입니다. 그러나 최근 2010년 기준 평균 가구원 수는 2.69명이고, 연령별 최대 가구 규모는 가구주의 연령이 42∼43세일 때 약 3.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것은 2010년 기준에 가구 규모가 가장 큰 연령대가 42∼43세이고, 이 규모가 가구당 3.4명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런 통계에서 나타난 평균에 맞추어 건축업자들이 평균 가구에 해당하는 3, 4명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을 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균적 가족 수에 벗어나는 가족도 상당수 있습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국의 1인 가구 비율은 23.9%였으며, 2인 가구 역시 24.3%, 5인 이상 가족도 8.1%에 달합니다.(그래프 참조)

이 때문에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이주한 미혼자들이 주요 구성원인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에 4인 가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공공주택단지가 들어섰다면 어떨까요. 1인 가구들은 공공의 주택 서비스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고시원 등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평균 키에 맞추어 일률적 높이로 제작되는 책걸상이나 한국 주부들의 평균 키에 맞추어 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싱크대 등이 평균의 개념을 무리하게 이용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평균은 대상을 요약한 값일 뿐 대상이 모두 그 값을 가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 구분하여 보기

평균을 다시 생각해 보거나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평균이 포착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자료를 크기에 따라 적당한 범주(동일한 성질을 가진 부류)로 구분하고, 범주별 빈도수나 값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공무원 평균 연봉 6000만 원이라는 뉴스가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전국 100만 명 정도 되는 전체 공무원의 세금 내기 전의 연봉을 다 더한 뒤에 사람 수로 나눠 평균을 낸 겁니다. 그중에는 한 달에 200만 원 이하만 받는 공무원도 있고, 또 월급이 1000만 원이 넘는 고위직 공무원도 있습니다. 2016년 현재 장·차관급 공무원의 연봉이 1억 원 이상이라고 하니, 분명 이 평균에서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연봉이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 경우도 전체 자료를 값에 따라 구분하고, 각 그룹 내의 빈도수를 살펴봐야 합니다. 즉, 공무원의 소득을 구분해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공무원의 수와 비율, 4000만 원 이하 소득 공무원의 수와 비율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월소득이 450만 원 미만인 공무원이 10명 중 6명이고, 또 22% 정도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대 소득이었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가구의 가족 수 역시 이런 방법으로 구분해 나타낸다면 다양한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되겠지요.

통계는 가능하면 현실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도구이자 학문입니다. 현실에 눈이 가는 곳은 최고 연봉 등의 극단적인 내용이겠지만 자료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할 때는 평균 이외의 최빈값(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내는 값)이나 중앙값(자료를 순서대로 배치했을 때 가장 중앙의 값)을 살피는 것도 방법입니다.

○ 그래도 통계의 기본은 평균

자료를 만드는 측과 자료를 활용하는 측이 자료의 활용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자료 정리의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때 자료의 유리한 일부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평균이 더 적절합니다. 이런 이유로 보통 평균이 전체 중심 경향을 나타내는 대푯값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성장의 지표로 많이 활용되는 국민총생산, 즉 국민소득(GNP)입니다. GNP는 국민 전체 총 소득을 총 국민 수로 나눈 것입니다. 이 값이 커지면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커지고 성장을 했다는 단적인 증거가 됩니다.

미세먼지 농도 측정소는 목적과 적용 범위 등을 따져서 대표성이 있는 위치에 설치합니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가 한 행정구역 내에서도 다양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측정값을 단위 지역의 대푯값으로 삼기 위해서 행정동이나 그 이하 공간 단위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규 측정소의 추가나 일부 측정소의 위치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또는 미세먼지 측정망을 고도화하기 위해 택시에 센서를 부착해 대기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방식 등이 제안되기도 하면서 그 수집과 분석을 개선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자료의 수집과 분석에 대한 수학적 관심과 함께 환경적 관심을 갖고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발생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미세먼지#평균값#국민소득#그래프 통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