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계의 손흥민' 김행직, 생애 첫 3쿠션 월드컵 우승

안병수 2017. 7. 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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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프로 당구 선수들은 대개 자신의 이름을 건 당구장을 운영한다.

김행직은 10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2017 세계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응우옌 꾸억 응우옌을 23이닝 만에 40-34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버지 김연구(48)씨가 운영하던 전북 익산 당구장에서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큐를 잡은 김행직은 주니어 시절 총 4차례나 세계주니어선수권타이틀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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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응우옌 40-34꺾어 / 한국선수로는 역대 6번째

이름난 프로 당구 선수들은 대개 자신의 이름을 건 당구장을 운영한다. 아버지 밑에서 당구를 배워 ‘당구계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김행직(25·전남당구연맹)도 몇 해 전 인천 계양구에 당구클럽을 열었다. 이곳에서 대회를 앞두고 맹훈련 중인 김행직을 만나게 된 팬들은 사진촬영을 부탁하지만 그는 어색하게 한쪽 입 꼬리를 들어 보이는 것이 전부다. 말수도 거의 없다. 김행직은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잘 웃지 않는다. 촬영 기자 분들도 제발 좀 웃어 달라고 부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오직 실력 하나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행직이 마침내 대형 사고를 쳤다. 김행직은 10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2017 세계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응우옌 꾸억 응우옌을 23이닝 만에 40-34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6번째 월드컵 우승자이지만 포르투 대회에선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새 역사를 썼다. 김행직은 랭킹 포인트 80점을 획득하며 세계 랭킹도 9위에서 6위로 끌어올렸다.

김행직(전남당구연맹)이 10일 3쿠션 월드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제공
김행직 특유의 공격적인 샷과 나이답지 않은 집중력이 돋보인 명승부였다. 초구를 결정하는 뱅킹샷에서 승리한 김행직은 1이닝에서 연속 9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중반 다소 흔들리면서 전반전을 18-20으로 뒤진 채 마쳤다. 후반전 들어 전의를 불태운 김행직은 난도 높은 코스를 절묘하게 공략하며 22이닝에 39-28로 승기를 완전히 굳힌 뒤 경기를 여유 있게 마무리했다. 좀처럼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김행직은 우승이 확정된 뒤 시상대에 점프하듯 뛰어올라 환호성을 질렀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이 남다른 이유는 지긋지긋했던 ‘유망주’ 꼬리표를 드디어 떼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연구(48)씨가 운영하던 전북 익산 당구장에서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큐를 잡은 김행직은 주니어 시절 총 4차례나 세계주니어선수권타이틀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2010년 독일 호스터에크팀에 입단해 한국 최초로 당구 분데스리가 1부 리그 진출에 성공하고도 성인 무대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

이번 우승으로 마음의 짐을 던 김행직은 한때 스승으로 모셨던 고 김경률을 롤모델로 삼아 세계랭킹 1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경률은 2010년 터키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정상에 오른 당구계의 전설이지만 2015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김행직은 “태생이 연습벌레였던 김경률 선배를 본받고 싶다. 한국 당구가 세계 정상에 오르는 날까지 달려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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