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파업 비정규직 노동자에 막말 파문

2017. 7. 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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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 두고 "나쁜 사람들" 뒤늦게 알려져

[한겨레]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언주 의원이 지난달 말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두고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해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파업은 헌법정신에 따른 노동자 권리다. 그러나 학교 급식은 아이들의 밥이고, 결식 아동도 많다. 아이들의 밥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들도 생각해달라”며 “(파업을 하면) 학교 급식 질이 형편없어 진다. 학교 운영비에서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당되는데 인건비 상승에 비해 학교 운영비 상승이 못 미쳐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 가봤는데 탕수육 두 조각이 반찬에 있더라”라며 “한참 커가는 아이들이 그런 반찬을 먹고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우리가 급식 도입할 때 무슨 생각인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파업 이후 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그 임금 인상이 아이들의 급식 재료비를 깎는 일 없도록 재정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BS 보도를 보면, 이 의원은 원내정책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식 조리종사원들에 대해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하는 거냐”라며 “그냥 급식소에서 밥 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업에 대해서는 “미친 놈들이야, 완전히.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고 SBS는 보도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학교급식·청소·경비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사회적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우시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장은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을 아줌마라고 부르지 왜 선생님이라고 부르냐고 항의하는 선생님도 있고, 해마다 잘릴까봐 탈모에 시달리는 강사직군 선생님도 계시다”며 “아이들이 배워야 할 학교에서 반노동·반교육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9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로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포퓰리즘 독재”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재벌과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향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취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했던 일종의 독재였다면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 일부 조직된 노동자나 공공부문의 기득권을 가진 조직된 공공부문 종사자들 목소리만 듣고 반대편 목소리를 듣지 않고 강행하는 것도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대기업은 기본급 올라갈 건데, 성과급과 여러 수당들을 얹어 받고 있어서 최저임금 적용되는 모 대기업 사업장의 근로자 연봉은 4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성과급 포함해서 인상이 1만원 되면 6000만원까지 된다고 한다”며 “이런 부분이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대기업은 감당 가능하니 문제 없을 것이고 공공기관도 세금으로 감당하니 문제 없을 것이지만 문제는 소상공인이다. 감당이 안될텐데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지금 정부가 대민 경제 파탄의 길로 몰고 가고 있고 이런 식의 포퓰리즘 독재로 가는 것에 심각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0일 ‘여성과 비정규직,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 비하 및 막말 발언 이언주는 국회의원직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언주 의원은 여성 노동자들, 일선 노동 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땀 흘리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며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한 노동자들을 ‘나쁜 사람’, ‘미친 사람’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작년 이맘때 민중을 개돼지로 비하했던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에 전국민이 분노했고, 해당 공무원이 파면되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이언주 의원의 발언은 그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다. 국민을 무시하고, 여성과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국회의원을 우리는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 이언주 국회의원의 사퇴를 촉구함과 아울러 노동자와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한 국민의당의 공식 사과와 함께 해당 의원의 제명 등 강력한 징계를 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언주 의원의 막말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입법 권력자 국회의원이 힘들고 아파서 파업하는 국민에게 막말 비하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이 의원의 막말을 비판했다. ‘keng*****’는 “유권자들을 향해, 아니 국민들을 향해 미친놈들 운운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니”라고 했고, ‘Har****’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면 안 되는 건가? 다른 직업 사람들도 잘 살고”라고 했다. ‘상암***’는 “회사 일도 진짜 아무나 데려다 놓아도 할 수 있는 업무가 주업무인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도 다 정규직이다. 그런 사람들이 정규직이면 안 되는 이유는 또 뭔가”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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