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성형수술을 받던 18세 여성이 사망했다. 사인은 저산소증. 법원은 수술 중 환자의 이상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해 응급처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결국 환자를 사망케 했다며 의사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4년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신해철씨에 대한 의료소송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은 의사 강모씨를 상대로 신씨 가족에게 16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항소심으로 넘어간 사건은 현재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앞선 사건들에서 법원은 의료과실을 인정했지만, 실제 의료사고를 당했더라도 환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급심에서 어렵게 의료사고로 인정을 받았더라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바뀌기기도 한다. 법원은 어떤 경우에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까. 시력교정을 위해 렌스삽입 수술을 받은 A씨. 수술 직후 눈 앞이 번쩍이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하루 뒤에는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기까지 했다. 수술을 받은 지 이틀째 되는 날 이를 해결하려고 삽입 렌즈의 축을 돌리는 난시축 교정술을 받았다. 하지만 A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재수술을 한 지 이틀 뒤 정밀검사 끝에 A씨의 오른쪽 눈에서 황반원공(황반에 생긴 구멍)이 발견됐다. A씨는 렌즈를 제거했지만 결국 시력을 잃었다. A씨가 호소한 번쩍임,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현상 등은 황반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실제 라식수술이나 백내장 수술 후 황반원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렌즈 삽입 수술이 백내장 수술과 기법이 유사한 점을 고려하면 렌스삽입술 역시 황반원공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인정됐다. 원심은 이를 근거로 의료과실이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같은 정황만으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망막조직이 약해져 다른 외상 없이도 황반원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A씨는 렌즈삽입 수술 전에도 고도근시 및 난시가 있었다는 점 △관련 논문에도 황반원공이 수술상 과실이라는 언급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렌즈삽입수술과 황반원공 사이 인과관계는 추정할 수 있지만,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 볼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술 자체가 가진 문제 때문에 황반원공이 발생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의사가 잘못해서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막연히 렌즈삽입수술을 하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판결팁=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일반인이 의사의 의료 행위에 문제가 있는지, 의료 행위 때문에 손해가 생긴 것인지 등 인과관계 여부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이 문제가 의료상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만큼의 간접 사실들을 찾아 증명해 내는 식으로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의사의 과실'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없다면 막연하게 의사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 에 2017년 7월 9일 (06:12)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감 0% 비공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