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에게 나도 당했다" 부안여고 성추행 일파만파
- 어떻게 밝혀졌나
학부모 20명 '체육교사 의혹' 제기.. 1학년 수십명 "당했다" 진술
일부 학생 "다른 교사도 신체접촉"
전북 부안여고에서 일어난 '교사 성추문' 사건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땐 1학년 담임인 박모(51) 교사에게 1학년생 20명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이 최근 2·3학년생 전원(340명)을 상대로 '피해 조사'를 벌이자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경찰은 박씨 외에 다른 교사들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 학교 졸업생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 경험'을 잇달아 올렸다.
사건은 지난달 1일 학부모 20여 명이 부안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해 시작됐다. 체육 교사이자 1학년 담임인 박씨가 올해 초부터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경찰과 전북도교육청 학생인권센터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들은 1학년생 1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학생 수십 명이 "박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학생들은 박씨가 수업 시간에 다가와 몸을 밀착했다거나 교무실에서 면담하다가 갑자기 치마를 들쳤다고 진술했다. 어떤 학생은 박씨가 '나와 사귀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도 했다. 경찰은 학생들의 진술 내용을 분석해 25건가량은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부 학생은 박씨가 아닌 다른 교사 2~3명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한 일도 있다는 진술을 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졸업생들의 소셜미디어가 들끓었다. 졸업생들은 "수년 전 학교에 다닐 때 박씨에게 피해를 봤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수업 중에 허리를 잡고 껴안았다' '스승의 날에 선물을 강요했다' '성적을 조작했다'고 했다. 박씨는 "자세를 교정해 주기 위해 약간 접촉했을 뿐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선물 강요나 생활기록부 조작은 한 일이 없다고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지난달 30일 '사죄식'을 준비했다가 취재진이 몰려들자 문을 닫아걸고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초 행사에선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놓고 교장과 교사 박씨가 무릎을 꿇고 사과할 예정이었다. 학교 측은 "내부적으로 조용히 행사를 치르려 했는데 지나치게 관심을 받게 돼 행사를 취소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보여주기식 행사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사표를 내고 지난달 28일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지난 7일 결국 구속됐다. 전북도교육청은 내년부터 부안여고 학년당 학급 수를 7개에서 4개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교육청은 대규모 감사팀을 꾸려 학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결과에 따라 학교와 교사, 학교법인에 대해 추가 제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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