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9 결번’ 적토마… LG의 전설 이병규 9일 은퇴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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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때 조계현 상대 3안타 치곤… “봐주지 말고 성의껏 던졌으면”
최소경기 2000안타-최고령 타격왕… 잠실 홈팀 최초 30-30 클럽 가입 등
17시즌 우승반지 빼고 모든것 이뤄

“신인이라고 봐주지 마시고 좀 성의 있게 던져 주셨으면 좋겠다.” 1997년 4월 15일 열린 해태(현 KIA)와 LG의 시즌 첫 맞대결. 해태 에이스 조계현(현 KIA 수석코치)을 상대로 3안타를 쳐낸 LG 신인의 당돌한 인터뷰에 양 팀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격분한 해태 투수들은 다음 날 빈볼을 던지겠다고 했다. 이튿날 LG 코칭스태프가 이 선수를 해태 더그아웃으로 데리고 가 사과하면서 불상사는 피했다. 조 코치는 후에 “패기를 높이 봤다. 큰 선수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이 LG 선수는 이병규(43·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였다.

조 코치의 말대로 이병규는 정말 큰 선수가 됐다. 이병규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뛴 3년을 제외한 17시즌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지난해 은퇴한 이병규는 9일 한화와의 안방경기를 마친 후 LG가 마련한 은퇴식을 가졌다. 이병규가 달았던 등번호 9번은 영구결번이 됐다. 김용수(41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이자 KBO리그 13번째 영구 결번이다. 우승 반지 없는 선수의 영구결번은 고 김영신(당시 OB 베어스)을 제외하고 이병규가 유일하다.

이병규는 우승을 빼곤 LG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어 보인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1999년 잠실 연고팀 선수 최초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주니치를 거쳐 2010년 다시 LG로 돌아온 뒤에는 최고령 타격왕(2013년)과 역대 최소 경기 2000안타 달성(2014년) 등의 기록을 이뤘다.

이병규는 “우승을 못해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무거운 짐을 맡기고 떠나는 선배가 된 것 같다. 후배들이 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후 흘렸던 유일한 눈물은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였다.

“2016년 10월 8일(마지막으로 출전한 날)과 2013년 10월 5일(11년 만에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올해 해설을 하면서 야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쯤 미국 선진 야구를 배운 뒤 좋은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LG 구단은 이병규의 은퇴식을 ‘9’가 두 번 들어가는 9월 9일 두산과의 홈경기가 끝난 뒤 하려 했다. 하지만 이병규가 고사했다. 그는 “9월 9일이면 팀이 한창 막바지 순위 싸움을 하고 있을 때다. 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병규는 항상 LG를 ‘가족’이라고 말해 왔다. 좋은 일도, 섭섭한 일도 있었지만 항상 함께 가야 하는 가족. 이병규의 현역 시절 테마곡은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였다. 그에게 전화를 걸면 여전히 이 노래가 나온다. 여기서 ‘You’는 다름 아닌 LG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LG팬뿐 아니라 한화 팬들도 “LG의 이병규∼”를 연호하며 그의 새 출발을 축복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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