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할아버지도 병역거부로 감옥 갔는데.."

2017. 7. 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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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기에도 할아버지가 병역을 거부하다 감옥에 갔습니다.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인권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가야 합니다. 할아버지 사건 때문이라도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겁니다."

옥씨 할아버지가 감옥에 갔던 시기, 같은 군국주의에 휩싸였던 독일 여호와의 증인들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고초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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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 증인' 할아버지·큰할아버지
1939년 일제 전쟁 반대하다 투옥
손자 옥씨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 중
"행동으로 양심 증명한 것..무죄 확신"
최근 하급심 무죄 판결 잇달아 눈길

[한겨레]

“일제시기에도 할아버지가 병역을 거부하다 감옥에 갔습니다.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인권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가야 합니다. 할아버지 사건 때문이라도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겁니다.”

옥규빈(22·사진)씨의 할아버지 고 옥지준씨 부부와 큰할아버지 고 옥례준씨 부부는 1939년 징집 등 군국주의 일본의 전쟁에 반대하다 투옥됐다. ‘이웃과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살려는 ‘여호와의 증인’들에게 그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전쟁이었다. 이들처럼 전쟁 반대로 체포된 조선인 여호와의 증인은 38명이었다. 역사에는 항일 투쟁 중 하나인 ‘등대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해방과 민주화를 거쳐 유엔(UN) 인권이사회 의장국을 맡을 정도로 한국의 인권 상황이 개선됐지만 옥씨의 처지는 할아버지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입대일이었던 지난해 8월8일, 입영을 거부한 옥씨는 현재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옥씨가 어겼다는 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다. 옥씨는 9일 <한겨레>에 “단지 편하려고 병역을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할아버지와 저처럼 저희는 어떤 나라나 민족, 체제, 정치 상황, 사회 분위기에서도 양심을 지키기 위해 같은 목소리를 내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병역법 조항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가, 자신에게는 ‘분명히 있다’는 단호한 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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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 할아버지가 감옥에 갔던 시기, 같은 군국주의에 휩싸였던 독일 여호와의 증인들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고초를 당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독일은 모병제 도입 전까지 대체복무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병역기피자로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에 갇힌 723명 중 669명(92.5%)이 한국인으로 조사됐다. 옥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관행이다 보니, 경찰 조사와 재판도 형식적으로 진행됐어요. 하지만 최근 하급심 무죄 판결이 늘어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도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잇따른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1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등 일관되게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법원 판결 뒤에도 6월22일 청주지법, 6월2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하급심의 무죄 선고 흐름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유죄 판결과 하급심 무죄 판결이 판단을 달리하는 부분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 인지 △한국이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제18조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지 등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를 선고했던 한 판사는 “과거엔 판사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기다렸지만, 최근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법령 해석은 법관의 권한이라고 보면서 적극적인 분위기가 생겼다. 하급심 무죄 판결이 늘어나면 대법원 판례도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여호와의 증인은 오랜 시간 행동으로 양심을 증명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저도 헌법에 근거해 무죄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3월 변론이 종결된 옥씨의 재판은 4개월째 선고일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사진 옥규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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