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민의당 원내 수석 부대표, 파업 비정규직에 "미친 놈들"..왜?

김정윤 기자 입력 2017. 7. 9. 11:25 수정 2017. 7. 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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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의 일환이었습니다. 급식 조리종사원, 영양사, 상담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들의 요구사항은 직무수당 인상,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등이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했습니다.

파업 첫날인 6월 29일 아침, 국민의당 원내정책회의에서 원내 수석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언주 의원은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파업은 헌법정신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권리 주장을 해주면 좋겠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운영비에서 급식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당되는데 인건비가 올라가면 결과적으로 식재료비가 줄어들어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반찬으로 탕수육 2조각이 나오는 학교의 예를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원내정책회의가 끝난 뒤 이언주 의원은 복도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음날, 이 의원에게 전화해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자세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파업의 부당성을 상세히 설명한 뒤, 이번엔 파업 노동자들을 “미친 놈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급식 조리종사원들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급식소에서 밥 하는 아줌마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 주장의 요지는 이랬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부가가치나 생산성이 높아지는 직종이 아니다. 정규직화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들의 주장대로 정규직화를 해주면 납세자인 학부모와 국민들이 이들을 평생 먹여 살려야 한다. 미래에 학생들이 줄어들어도 고용 유연성이 없어져 해고를 할 수도 없게 된다. 여기에 해마다 호봉까지 높여줘야 하면 그런 불합리가 어디 있느냐?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조금 보장되는 비정규직', 즉 5년 내지 10년짜리 계약직을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들의 급여 체계는, 단순 기술직 · 노무직이므로 호봉제보다는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 직무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고 해마다 호봉 상승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 정도의 급여 인상이 적정하다.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여러 차례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는 등의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파업에 대해서는 "미친 놈들이야, 완전히..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말을 했던 겁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리고 공무원 수 증원 문제는 현재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논점 중 하나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이런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무엇보다 한꺼번에 정규직화를 추진했을 때 인력구조가 왜곡되면서 미래 세대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공무원 수는 ‘공무원 총정원령’에 따라 정원이 정해져 있는데, 지금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공무원 수를 급격히 늘리면, 미래에는 오히려 신규 충원이 어려워지고 공무원 유지를 위한 국민 세금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공공부문도 마찬가지고요.

이언주 의원의 이야기도 이런 우려의 맥락일 겁니다. 그러함에도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고, 그 시작은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와 주장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각 경제주체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최선의 결론을 합의해야 합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거나 ‘비하’하는 태도로는 제대로 된 논의는 불가능할 겁니다.

이언주 의원도 스스로 ‘경청’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국민의당 원내정책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노동자들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경제 주체간의 조화와 균형이 필수적이고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문제 등에서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날(6일) 회의에서 이 의원은 또 하나의 ‘논쟁적 발언’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려는 데 대해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그럴 바에야 차라리 추첨으로 뽑아라”라고 반어적으로 꼬집은 뒤였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이용호 의원의 말에 덧붙이겠다면서 “어떻게 보면 생산성이 낮은 하급 공무원직은 말씀하신대로 추천이나 할당도 방법이다”라고 발언한 겁니다. 블라인드 채용을 하게 되면 실력보다는 배경에 따른 채용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지만, ‘생산성이 낮은’ 하급 공무원직은 어떻게 채용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먼저 전제한 겁니다.

여기서 학교 비정규직 사안에 이어 또 다시 등장한, ‘생산성이 낮은 하급 공무원직’이라는 말이 귀에 와 닿았습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이 의원이 혹여 ‘생산성에 따라,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따라’ 인간을 위계화하고 신분화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마저 들었습니다. 하는 일에 따라(설령 생산성에 따라) 임금 수준은 다를지언정 사회적 신분이 다른 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이런 우려를 한 건, 이 의원이 국민의당 원내 수석 부대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민의당 강령 · 정책 전문에는 “국민의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해소한다...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안철수 대선 후보 역시 오랫동안 ‘격차 해소’를 역설해왔고, 지난 대선 기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대선 패배와 후폭풍으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은 ‘정체성 확립’이 최우선 과제로 꼽힙니다. 기성 거대 양당이 ‘싫어서’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당이 보여줄 새로운 ‘제3의 노선’을 통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자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 혁신의 길에,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 · 부가가치를 적게 만드는 노동자들’은 함께할 수 없는 것인지, 당 원내 수석 부대표의 잇단 발언들을 들으면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이언주 의원과의 전화 통화 중 이야기에 근거해 이 [취재파일]을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사적인 통화가 아니라 취재를 위해 국회의원과 공적인 통화를 한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또 유권자들에게 국회의원의 언행과 생각을 정확히 전달해주는 일이 기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언주 의원 지역구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하급 공무원인 유권자들이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김정윤 기자mymov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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