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지켜본 최익성 저니맨 감독의 고마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09 05: 50

계산 없이 서로를 믿고 돕는 것. 퍽퍽한 현실에서는 드문 일이다. 최익성 저니맨 외인구단 감독은 스스로 '그 어려운 걸 해냈다'고 자부한다.
지난 4월 24일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천 미라클이 참가하는 독립야구리그가 공식 출범했다. 수 년째 이야기로만 오갔던 독립리그의 첫 걸음이었다. 2011년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탄생 이후 꼬박 6년이 걸렸다. 참가팀은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천 미라클, 단 두 팀뿐이지만 리그 구성을 완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익성 저니맨 외인구단 감독은 "독립야구단으로 상생의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 바람의 첫 사례는 김상현(37)이다. kt 소속이던 김상현은 지난해 7월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오갈데 없던 김상현이 노크를 한 곳이 바로 저니맨 외인구단이었다. 처음에는 '몸 만들기'가 목표였다. 복귀 희망을 품고 있는 김상현으로서는 최소한의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저니맨 외인구단의 경주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했다.
김상현의 합류. 최익성 감독은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최 감독은 "내가 (김)상현이를 도와주기 위해 합류를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 상현이가 우리를 도왔다. 1인 5역 역할을 하며 우리 팀을 이끌었다"라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선수' 김상현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다른 부분도 신경썼다. 경험이 적은 후배들의 코치 노릇을 자처했다. 최 감독은 "코치는커녕 선수 자체도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 외인구단이었다. 기존 코치들도 금전적인 부분이 맞지 않아 팀을 나가던 상황이었다. 그럴 때 상현이가 후배들을 다잡아줬다"라고 설명했다.
김상현은 선수와 코치는 물론 선수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 배팅볼을 던지는 훈련 보조요원 역할을 스스로 찾았다. 심지어는 선수들의 회식을 수 차례 이끄는 '구단주' 역할까지 다했다는 게 최 감독의 이야기다.
최익성 감독은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최 감독은 "나도 상현이도 계산없이 임했다. 우리 팀을 생각하면 상현이의 팀 합류 보도자료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현이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라고 하자 깨끗이 단념했다. 그래서 상현이도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껍데기 아닌 마음으로 맺어진 사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이 생각하는 독립야구단의 역할도 이런 부분이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지는 것. 프로 선수들에게 이 점이 부족하다. 최근 KBO리그에 터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도 바로 이 신뢰가 없어야 한다. 승패나 손익을 떠난 정정당당함을 알리는 것. 그 출발점을 상현이로 보여준 것 같다"라며 머쓱해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김상현을 지켜본 최익성 감독. 그는 김상현이 1군에 복귀할 경우, 언제든 장타력을 뽐낼 거라고 확신했다. 최 감독은 "감각적인 부분은 분명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래도 1군과 독립리그의 수준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나 몸 상태나 힘은 여전하다. 충분히 20홈런도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최 감독은 "상현이는 제대로 된 밑을 한 번 맛본 사람이다. 여러 모로 탄탄해졌을 것이다. 팀에 합류한다면 우리 팀에서 했던 것처럼 선수 외의 다양한 역할을 해줄 자원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