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디기리, 타이거JK 20년 커리어에 흠집..3차 때 만회할까?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7.08 16: 21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아끼는 동생을 위해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그게 이렇게 후폭풍을 일으킬 줄은 몰랐지만 감수하려고 했다. Mnet '쇼미더머니' 시즌6에 심사위원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타이거JK가 디기리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이 생겼다. 
7일 방송된 '쇼미더머니' 2회에서 본격적인 2차 예선 이야기가 그려진 가운데 1세대 래퍼인 디기리가 등장했다. 그는 1999년 허니패밀리 멤버로 힙합신에서 가장 랩을 잘하는 래퍼로 손꼽혔다. 하지만 이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 시절에 묶여 있는 디기리의 랩 스타일은 '쇼미더머니'의 취지와 확실히 달랐다. 이는 1차 예선 때에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당시 심사를 맡았던 다이나믹듀오 개코는 "디기리 형이 실수했다면 탈락이었을 텐데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해냈다. 그래서 합격 목걸이를 줬다. 하지만 합격하면 뒤에서 박수가 나오기 마련인데 형은 안 그랬다. 긴장하셔야 할 듯"이라고 말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디기리는 누구보다 해맑게 2차 예선 심사대에 섰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선후배들이 심사위원에 앉아 있으니 활짝 웃었고 "리듬의 마법사에서 괄약근의 마법사가 된 디기리입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사했다. 자신의 흑역사를 웃음을 승화했으니 심사위원들에게 "박수 안 치냐"고 묻기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그는 "심사위원들이 다 아는 사이라 친숙하다. 게임하다 걸려서 벌칙하는 느낌"이라며 장기자랑에 나온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1세대 래퍼들이 떨어지는 건 나이 때문에 기억력 감퇴로 가사를 까먹는 거라며 본인은 자신 있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심사위원석에 있는 타이거JK는 복잡한 표정으로 디기리를 바라봤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서바이벌에 나온 동생에 대한 짠한 마음과 어딘가 긴장한 듯하면서 가벼워 보이는 언행이 조마조마한 형이었다. 그래서 타이거JK는 디기리가 랩을 시작하기 전 긴장을 풀도록 배려하고 도왔다. 
그럼에도 디기리는 기대 이하의 올드한 랩 실력을 풀어냈다. 심사위원 겸 후배 래퍼들은 굳은 표정으로 'FAIL' 버튼을 눌렀다. 남은 건 타이거JKx비지 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결국 버튼을 누르지 못했고 디기리는 간신히 합격했다. 
이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타이거JK는 "도저히 탈락 버튼을 못 누르겠더라. 논란이 되겠지만. 하지만 3차 예선에서 디기리가 실력을 발휘 못하면 떨어질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른 심사위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디기리는 자신이 합격했다며 기뻐했고 자신에게 탈락을 안긴 심사위원들을 도발했다. 오죽하면 타이거JK가 "원래는 떨어져야 하는 건데 붙은 거다"라고 지적했을까. 하지만 디기리는 끝까지 '괄약근의 마법사' 표현을 쓰며 3차 때엔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방송 직후 디기리의 합격을 두고 시청자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이미 데뷔한 래퍼들이 이번 시즌에 대거 참가한 까닭에 가장 우려했던 인맥 힙합이 현실화 됐다는 씁쓸한 목소리들이다. 그것도 가장 맏형이자 힙합계의 산 증인인 타이거JK가 디기리를 배려했다는 점을 속상해했다. 
논란이 커지자 타이거JK는 8일 SNS에 "논란과 많은 분들의 질타는 100% 옳은 말씀입니다. TV미디어에 많이 미숙한 제 판단에 제작진과 참가자까지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죄송스럽습니다"고 결국 사과글을 남겼다.  
디기리 때문에 타이거JK를 향한 비난이 더 커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디기리가 3차 예선 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 이미 등돌린 팬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자신을 배려한 타이거JK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면 그 길 밖에 없다. 
3차 예선 땐 디기리가 달라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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