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가진 文 대통령, '40'도 생각해야 성공한다

이도형 2017. 7. 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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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두 달째 80%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공행진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높디높지만, 정부·여당이 처리를 원하는 추가경정예산안·정부조직법 등 현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국회선진화법이 존재하는데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의석수의 40%만 차지하는 과반미달 정당인 탓이다. 여권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무기로 ‘여론전’을 통해 성과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지율은 변화무쌍하지만 총선까지는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文,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초반 지지율…입법성과는 지지부진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해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평가하는 비율은 83%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취임 후 6번의 여론조사 중 단 한 번을 제외하고 80%대를 유지중이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초반 지지율과 비교할 때 더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한 6명의 대통령 중에서 취임 초반 지지율이 81%로 가장 높다. 하나회 숙청·공직자 재산공개 등으로 취임 초반 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71%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71%로 같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60%, 이명박 전 대통령 52%, 박근혜 전 대통령은 42%였다.

문 대통령을 향한 국민 지지도는 유례없이 높지만 정작 입법 성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검색 결과 문 대통령 취임 후 국회는 7일까지 단 2건의 법률안만 처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 한 직후인 2013년 2월 25일부터 그해 4월 25일까지 검색해 보면 172건이 처리된 것으로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2월 25일부터 두 달간의 기간 동안 국회는 227건의 법률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같은 기간동안은 12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40%만 차지한 여당…“아직 선거 3년 남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뿐 아니라, 집권당 더불어민주당도 50%대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중이다. 그럼에도 여권이 원하는 법안 처리는 도통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결정으로 가까스로 예산결산특위에 회부됐다. 그나마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의 반발로 처리는 더 기약이 없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도 표류중이다.

민주당의 의석수가 원내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 299석 중 민주당은 120석을 차지하고 있다. 비율로는 40.1%다. 원내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법안처리에 애로를 겪는다. 추경안 처리에서도 국민의당이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에 격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미쳐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의 존재도 여당에겐 부담이다.

여권의 지지율이 높은 것이 야권에게는 압력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한 보수정당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선거가 가까이 올수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라며 “아직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는 자기가 옳다고 믿은 것을 위해 더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여론전을 펴더라도 야당이 움직일만한 동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른 자유한국당 당직자도 “지방선거는 의원들의 선거가 아니다”며 “패배하면 약간 움츠러들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기조가 확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文, 야당과의 관계 중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의화간의 관계가 권력운용관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동한다. 모든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과반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20석밖에 안되는 여당을 가지고 3년동안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야당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청와대가 야당의 요구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례가 거론된다. 사회당 출신인 미테랑 대통령은 첫번째 임기 도중 보수정당에게 원내과반을 내어주고 자크 시라크를 총리에 임명해야 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시라크 총리에게 내치의 전권을 쥐어주면서 사실상 2선 후퇴했다. 전권을 맡은 시라크 총리는 무리한 민영화 계획등으로 인망을 잃었고, 미테랑 대통령은 2년 뒤 재선과 함께 원내과반을 회복하는데도 성공했다. 때로는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마냥 패배가 아니라는 뜻이다. 높은 지지율을 믿고 펼치는 ‘여론전’ 보다는, 야권에게 정치적 공간을 내어주는 방식이 오히려 정권운영에 도움이 될 수있다는 주장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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