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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소년단, 일상과 세계관까지 외국팬에게 공유된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초청한 아시아 기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중국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등에서 온 방송기자와 신문기자들은 한국의 대중문화, 특히 K팝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대중문화를 취재해온 기자도 의아할 정도로 디테일했다.

그들은 트와이스의 각종 춤들을 다 알고 있었다. 갑자기 “대마초를 피운 빅뱅 탑이 재기할 수 있을 것 같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연습생과 새로운 팬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국제적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며,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진화하면서 차별성을 발휘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K팝, 그중에서도 아이돌 그룹에 대한 동남아 언론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K팝의 세계 진출 역사와 변화과정에 대해 1주일간 머물며 자세히 취재해갔다. K팝의 해외진출 문제는 우리도 좀 더 깊이있게 연구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싸이 이전, 원더걸스와 비의 미국진출 전략은 국내를 비우고 미국에 가는 것이었다. 원더걸스는 아예 2년간 미국투어를 했고, 비는 LA와 하와이 공연이 무산됐다. 비는 하와이 공연 무산과 관련해 호놀룰루 연방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는 해당국 문화와 소송 등 제도에 대한 더 많은 공부를 요구했다.

싸이부터는 미국에 가지 않고도 미국에 진출하게 됐다. 2012년 ‘갑툭튀’처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음악시장을 강타했다. 싸이의 코믹 콘텐츠가 외국인의 구미를 당기게 했지만 이의 확산에는 유튜브와 온라인 마케팅의 강자 스쿠터 브라운이 큰 역할을 했다.

빅뱅, 엑소, 슈퍼주니어, 인피니트, 빅스, 방탄소년단 등 남자 아이돌그룹들은 이미 대형 한류스타들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고유한 전략은 아니지만, K팝 시장에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키고, 이런 것들이 연작 형태로 연결돼 그들의 세계관이 되게 해 해외팬들의 주목을 끌게 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오직 음악과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만으로 학교, 청춘, 유혹 등 스토리텔링을 구축했고, SNS을 통한 직접적 소통으로 국적을 뛰어넘어 국제적인 공감대를 이뤄나갔다. 멤버 각각의 이야기와 캐릭터, 서사의 연결과 강화가 그들의 세계관으로 구축되면서 글로벌 팬들은 이들의 경험담과 심정을 표현한 가사를 세계관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인정받은 것은 페루와 칠레 등 남미에서 성공한 게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라틴뮤직 가수 리키 마틴이나 남미 인기드라마 장르인 텔레노빌라 등 남미에서 히트한 성공 문화를 주류로 받아들이는데, 방탄소년단의 남미 투어의 큰 성공은 빌보드 등 미국에서도 큰 주목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올초 칠레와 브라질 투어에서 무려 4만 4천여 남미팬들을 만났다. 공항에 입국하는 BTS의 모습은 현지 방송에서 생중계됐다. 단순히 노래 부르고 춤 선보이는 공연이 아니라 브라질 등의 팬들과 소통하려는 진지한 모습에 현지 팬들이 감동받았다. 현지 언론은 BTS 사례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분석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다음 앨범 주제로 ‘러브 유어셀프’ 등 몇가지 컨셉트를 놓고 작업중에 있는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 진화될 것인가? 또 K팝 한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며, 여기서 아이돌 음악은 어떤 역할과 변화, 발전이 예상될까? 방탄소년단을 프로듀싱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에게 물어봤다.

“방탄소년단은 10대 시절과 불안한 청춘, 외부세계에서 맞닥뜨린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향후 음악적 행보도 지금까지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음악으로 표현하고, 그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고민할 것이다. 

K팝 무대는 이제 더 이상 아시아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도 유튜브와 SNS 등 K팝 무대를 볼 수 있는 채널의 수가 빠르게 증가했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실시간으로 듣는다. 이미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중남미, 유럽, 아시아의 라디오와 TV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점차 많은 곳에서 K팝 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한국대중음악이 라틴음악처럼 세계 음악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독립적인 장르에서 더 나아가 메인스트림으로의 발돋움 또한 K팝이 풀어야 할 과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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