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33도" 하루만에 97만원 모아 에어컨 설치한 주민들

이현택 기자 2017. 7. 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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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 민락동의 한 아파트. 한여름 33도까지 푹푹 찌는 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을 위해 주민들이 돈을 모아 에어컨을 사주기로 했다./인터넷 캡쳐

폭염으로 경비실 노동자들의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많은 가운데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경비실에 에어컨을 구매해 줬다.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 입주자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자는 의견을 모았다. 아파트관리사무소 예산으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구입하는 경우 전 입주민의 동의서를 받아야 해 사실상 단기간에 시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에어컨이 기증되어 설치될 경우, 설치에 대한 부분은 입주민 동의서가 필요없다고 한다.

주민들의 움직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관리사무소장은 “(전기요금 관련) 반대 민원이 들어오면 내가 지급하겠다”면서 “우선 (에어컨이) 설치만 되더라도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비실 에어컨 요금은 1가구당 200원선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하루만에 97만원을 모았다. 53명이 참여했으며 1인당 1만원에서 10만원까지 냈다. 대부분 1만~3만원의 소액이 많았다. 이들은 지난 7일 벽걸이 에어컨을 구입했으며, 에어컨은 오는 10일 설치된다. 남은 돈은 경비원과 청소 노동자 다과 구입 등으로 모두 지출한다고 입주자 카페 측은 덧붙였다.

아파트 입주자 모임 카페 운영진은 게시판에서 “(에어컨이 없을 때 경비실에) 20분간 앉아 있으면 티셔츠가 모두 젖을 정도로 더웠다”면서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입금하면서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를 통장에 함께 보내더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대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 “환경이 오염된다”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벽보가 설치돼 인터넷 상에서 공분을 일으킨바 있다.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도 경비실의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검은 비닐로 막아놓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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