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마친 뒤 노라 뮬러 재단 국제관계 이사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러시아 반대로 北규탄 무산
시진핑 “北과 혈맹” 강조하고
푸틴도 “사드 반대” 北 두둔
對北제재 약화·지연 가능성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결구도가 본격 구축되는 모습이다. 강력한 대북제재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미·일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거론하며 대화를 주장하는 중국 및 이에 동의하는 러시아 사이에 뚜렷한 대치선이 그어졌다.
6일 긴급소집 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규탄성명’ 채택을 하지 못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제재·압박 아래 놓인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중·러는 지난 4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 배치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후 성명을 내 “동북아 지역으로의 사드 시스템 배치는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해에 심각한 피해를 주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이나 역내 평화와 안정 확보에 기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미·일 3국은 중·러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견고한 공조 체계를 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3국 정상은 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만찬에서 북핵 공조에 대한 결의를 재차 천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양자 차원에서 훨씬 강화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하고,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압박에 나서도록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한·미는 앞서 지난달 30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안보 및 방위협력을 강조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북아 안보지형이 한·미·일과 북·중·러 구도로 나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이 보다 선명해지면서 향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자칫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셈법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북한이 지금껏 해 온 벼랑 끝 전술은 경우에 따라 문제 해결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국지전, 분쟁을 발생시킬 여지도 있다”며 “앞으로 이를 잘 풀어나가야 하는 한국이 굉장히 힘든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사회 여론과 주요국 의견이 점점 달라지고 논쟁이 격해질수록 북한에 대한 조치가 늦어지거나, 제재 강화조치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에는 유리하다”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안보리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ICBM 실험에 대한 비판,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가 나올 수 있도록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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