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못 먹이겠다".. '햄버거포비아' 확산

이재연 최예슬 손재호 기자 입력 2017. 7.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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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에 걸려 신장의 90%가 손상된 A양(당시 4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햄버거포비아(햄버거 공포증)'까지 등장했다.

A양의 어머니가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한 5일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소식을 접하고 손이 떨렸다" "아이가 아무리 좋아해도 다시는 햄버거를 못 사줄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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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보도 이후 온라인에 제보·질의 빗발

‘햄버거병’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에 걸려 신장의 90%가 손상된 A양(당시 4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햄버거포비아(햄버거 공포증)’까지 등장했다.

햄버거포비아는 특히 아이 키우는 부모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현정(42·여)씨는 “집 바로 앞에 햄버거 가게가 있어 친한 엄마들과 함께 자주 갔었다”며 “그러나 2주 전부터 발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햄버거병 기사를 보고 난 뒤에는 다른 엄마들도 못 가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햄버거 공포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A양의 어머니가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한 5일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소식을 접하고 손이 떨렸다” “아이가 아무리 좋아해도 다시는 햄버거를 못 사줄 것 같다”는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이날 경남 양산의 한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덜 익은 분홍빛 패티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얼마 전 유명한 가게에서 햄버거를 샀는데 패티가 날 것 그대로였다”며 “불쾌해서 바로 환불을 요구했다”고 적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햄버거병을 언급한 피해 접수는 아직 없다”면서도 “햄버거를 먹고 구토했다거나 장염에 걸렸다는 등의 신고는 최근에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HUS라는 병명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중학생 딸을 두고 있는 이모(42·여)씨는 “나이가 어릴수록 위험하다는데 딸에게는 햄버거를 사줘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치킨버거는 먹어도 되는 거냐” “병에 잘 걸리는 체질이 따로 있는 거냐” 등의 질문이 빗발쳤다.

최명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어리면 저항력이 떨어져 더 위험하다”며 “만 5세 이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고기와 달리 분쇄육은 안까지 다 익히지 않으면 균이 남아 있을 수 있어 좀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더운 여름철에는 패티를 굽기 힘들어 덜 익은 패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설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그릴기가 열리기 때문에 덥다고 중간에 패티를 빼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11곳에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본사가 위생기준과 철저한 검사를 거쳐 적합하다고 판정된 패티만을 가맹점에 공급하고, 가맹점은 패티를 충분히 가열·조리한 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 햄버거 패티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검찰 수사가 진행돼봐야 할 부분”이라며 “수사 협조 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1993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425명의 어린이와 성인들이 HUS에 감염되거나 피가 섞인 설사 증상을 보였다. 보건 당국이 조사해보니 환자의 88%(372명)는 그 주에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중 92%(312명)는 햄버거 패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미국 여러 지역에서 해당 프랜차이즈 식당의 햄버거 패티가 회수됐다. 다만 해당 패티가 HUS를 유발한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A양 가족이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한 사건을 이날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배당했다.

이재연 최예슬 손재호 기자jayle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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