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아이언맨' 엄마는 강철 같은 모델이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7. 7. 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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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키워낸 69세 최고령 현역 모델
세 아이의 싱글맘
長男은 테슬라 대주주
次男 벤처캐피털리스트.. 막내딸은 영화감독
그녀의 교육법
공부 하라는 말 대신
책임과 예의 안 지킬 때 더욱 엄격하게 꾸짖어
더 잘키우려면..
한국의 '헬리콥터맘'
자식에게 매달리지말고 부모의 삶을 보여줘야

세 갈래 올림머리, 치렁치렁한 황금색 드레스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 노(老)모델은 찰칵대는 셔터 소리에 맞춰 연신 포즈를 바꿔 잡았다.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현란한 눈빛의 변화가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한 단락의 촬영이 끝나면 반드시 모니터로 다가가 촬영된 사진들을 뚫어지게 들여다봤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연신 엄지를 세우며 "뷰티풀"을 외쳤고 스태프들을 격려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스튜디오에서 지난 4월 만난 미국 현역 최고령 패션모델 메이 머스크(69·사진)의 카리스마는 엄청났다. 그가 왜 칠순의 나이에도 활발한 모델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지 '스튜디오의 메이'가 정확히 웅변해주고 있었다.

이날은 뉴욕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 한국인이 창간한 패션 전문지 'D4' 창간호용 화보를 한창 찍고 있었다. 메이 머스크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현역 최고령 모델로도 유명하지만 요즘은 그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는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46)의 어머니로 더 유명해졌다. 둘째 아들 킴벌(45)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식당을 8개나 소유한 최고경영자(CEO)이며, 막내딸 토스카(43)는 주목받는 영화감독이다.

메이는 '싱글맘' '워킹맘'으로 3남매를 창의적인 인재로 키워냈다. 그의 '창의적인 자녀로 키우기 비법'을 듣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었지만 메이는 "일론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해 인터뷰를 마치는 데까지 몇 달이 걸렸다. 스튜디오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는 이메일 인터뷰로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 등 세 아이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던 비법이 무엇인가.

"우선 세 아이 모두 정말 열심히 일해서 감사하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교육법이 영향을 미쳤다. (메이는 캐나다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일하시는 곳 바로 옆에서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성장했다. 부모님은 우리가 춤, 피아노, 스포츠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라길 바라셨다. 숙제를 잘하기만 하면 됐다. 숙제 말고 더 많이 공부를 하라고 몰아치지 않으셨다. 공부든, 운동이든 최고가 되라고 다그치지도 않으셨다. 그런 교육 방법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줬고, 그 원칙을 똑같이 내 자녀들에게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나.

"공부 안 했을 때보다는 책임과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엄격했다. 숙제를 제때 하겠다고 약속하고 지키지 않을 때,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식탁에 바르게 앉지 않고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지 않을 때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분명히 지적하고 꾸짖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은 기울이지 않았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말은 좀 식상해 보이는 면이 있다. 좀 더 특별한 게 있었을 것 같은데.

"토스카(딸)가 어릴 때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했다. 피아노를 사 줄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고심하다가 피아노를 한 달간 빌려줬다. 토스카가 연습을 제대로 하고 피아노에 재능이 있다는 게 드러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아노를 장만해 주려 했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지켜본 결론은 피아노를 사줄 만하지 않다는 쪽이었다. 토스카는 아쉬워했지만 대여한 피아노를 돌려줘 버렸다. 토스카의 재능은 다른 곳에서 발현됐다. 중요한 건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어떤 재능을 지녔는지 발견하려고 노력은 하되 강요하지 않고 인내를 갖고 찾는 것이다. 무턱대고 많이 투자한다고 늘 좋은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세 자녀 모두 훌륭히 컸다.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과 다른 면들이 있었나.

"아이 때부터 모두 밝고 영리하고 또래들보다 호기심이 많았다. 지금도 아이들이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명랑해서 늘 행복하다."

―한국에선 '헬리콥터 맘'(헬리콥터처럼 자식 주변을 맴돌며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엄마)이 많은 편이다. 당신도 그런 엄마였나.

"그 말 들어본 적은 있다. 난 그런 엄마는 아니다. 한국 엄마들은 자기 생활도 없고 일도 없나. 자기 꿈은 자식밖에 없는 것인가. 아이들에게 무조건 매달리는 건 좋지 않다. 그것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부모들이 자신의 삶에 열정을 갖고 매달리고 사회에서든 가정에서든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걸 보고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메이의 큰아들 일론은 최근 시가총액에서 미국 1위 자동차 회사 GM마저 제친 테슬라의 지분 21%를 가지고 있다. 재산 16조원이 넘는 수퍼 갑부 아들을 두고 있지만 그는 아직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젊은 시절엔 당장 내일 먹고사는 걸 걱정해야 할 만큼 힘겨웠다.

탁월한 미모로 1969년 미스남아공 선발대회 최종심까지 올랐고 이듬해인 1970년 엔지니어인 에롤 머스크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10년 만에 파경에 이르고 그때부터 아이 셋 딸린 싱글맘·워킹맘으로 살았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당시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서 "쏟아진 우유를 두고 울지 말라는 속담이 내겐 어울리지 않았다. 우유를 살 돈이 없어 아이들이 우유를 쏟으면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맹모삼천(孟母三遷)까지는 아니더라도 메이는 1989년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일론을 제대로 교육하겠다며 캐나다로 이주했다. 빈곤층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모델 일과 영양학 관련 공부를 계속해 석사학위를 두 개나 받았다. 대학 내 리서치센터 연구원, 모델, 모델 양성 강사, 영양학 강사, 식이요법 개인상담사 등 5개 직업을 가지기도 했다.

―어렵게 살았던 시절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의 꿈은 무엇인가.

"내 영역에서 인정받으면서 늘 변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재미(在美) 포토그래퍼 윤준섭이 창간한 매거진 D4의 에디터 케이트 김에게 "메이가 아들 일론의 덕을 보는 것 아니냐"고 묻자 케이트는 "일론이 어머니 때문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다"며 "메이는 모델로서 탁월함을 유지했기에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홈페이지에 "이제 68세, 나는 출발점에 섰다"라고 썼다. 그 출발점이 무슨 출발을 뜻하는가.

"이제 69세가 됐지만 건강이 유지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한 계속 일할 거다. 늘 내 앞에는 지금보다 좀 더 창의적이고 가슴 뛰게 하는 도전이 놓여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요즘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누고 싶다. 끊임없이 진화하겠다." 은발 여인의 눈이 빛났다.

1948 캐나다 출생

1963 모델 시작

1969 미스 남아공 선발 대회 결승 진출, 영양학 학사 취득

1970~1979 에롤 머스크와 결혼

1971 일론 머스크 출산

1980~2010 시리얼 '스페셜 K', 레브론 화장품 모델, 팝 가수 비욘세 뮤직비디오 출연 등 다양한 모델 활동

2010 미국 '타임'지 누드 촬영(건강 섹션)

2011 '뉴욕 매거진' 누드 커버로 화제

2015 대형 모델 에이전시인 IMG와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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