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욕하고 따라해요" 저질 인터넷 방송에 물든 초등학생들

여성국 2017. 7. 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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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서 라면 끓여 먹기 등
막말 기행 동영상 올리면 모방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도 안 받아
“미션을 수행하겠습니다. 지나가는 ‘초딩(초등학생)’ 머리를 때리고 도망가보겠습니다.”
기행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한 초등학생이 친구를 때리는 모습이다. [사진 유튜브 캡처]
영상 속 초등학생은 학교 주변을 배회하며 다른 학생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이후 한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무작정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치면서 “미션 성공!”이라고 외친다. 가명을 쓰며 활동하는 이모(24)씨가 초등학생들로부터 받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소개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이씨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유튜버(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79만7000여 명, 페이스북 팔로어는 110만6000여 명이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유튜브 방송은 지상파TV였다면 ‘어린이 시청불가’ 등급을 받았을 법한 내용들이다.

유튜버 이모씨는 공공장소에서 각종 기행을 벌이고 이 모습을 촬영해 퍼뜨린다. 그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왼쪽) 승객들 앞에 드러눕는다(사진 아래).[사진 유튜브 캡처]
영상을 보낸 초등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조회 수 220만 건을 넘긴 한 영상에선 초반 15분까지 성적인 욕설과 폭언이 150여 회 나온다. 1분당 10회꼴이다. 그는 2015년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로부터 “욕설과 선정성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영구 방송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씨와 같은 유튜버나 BJ(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스타급 인기를 누린다. 이들이 노리는 주요 시청 타깃도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초등학생들은 이런 BJ들을 흉내낸 영상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패러디한 영상을 보내기도 한다.
유튜버 이모씨는 공공장소에서 각종 기행을 벌이고 이 모습을 촬영해 퍼뜨린다. 그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사진 위) 승객들 앞에 드러눕는다.[사진 유튜브 캡처]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강모(11)군은 “반 친구들이 모여 영상을 같이 보고 따라 한다. 영상을 보내면 방송에 소개해 준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이모(9)군은 이런 모방 영상 촬영의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이군은 “하굣길에 형들이 이유 없이 가방을 차고 갔다. 쳐다봤더니 스마트폰으로 내 모습을 찍으며 웃고 있어서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런 기행은 교실로 이어진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우리반 금지어! 지켜요’에 나오는 리스트가 그 증거다. 금지어 목록에는 ‘네 얼굴 실화냐, 패드립’ 등 BJ가 인터넷 방송에서 즐겨 쓰는 속어가 나열돼 있었다.

교사들도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명확한 지침이 없고 교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명모(29)씨는 “가정에서 주의를 주거나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생활지도를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스마트폰을 가진 학생이 몰래 영상을 보는 것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서비스로 분류되지 않아 법적 규제를 받지도 않는다. 공적 책임, 사업자 제한, 등급 분류 등에서 자유롭다. 그렇다고 인터넷 개인방송을 방송서비스로 분류해 제재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방송 중 위법행위가 아닌 욕설이나 기행을 벌인 것만으로는 제재가 어렵다”며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율규제협의체에서 유해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측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용자들의 신고 접수를 통해 대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율규제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터넷 방송 및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플랫폼만 제공하기 때문에 특정 영상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영상이 자극적일수록 시청자가 많아져 광고 수익에는 도움이 된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인터넷방송 논란은 커지는데 등급 제한을 강제할 법 규정은 없다”며 “지나친 욕설이나 음란 영상이 반복될 경우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제공한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게 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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