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잊었나" 기숙사 반대 현수막 철거.. "주민 민원 때문"
[오마이뉴스 글:김종훈, 편집:김준수]
"일을 못 할 정도로 항의 전화가 많이 왔어요."
6일 오전에 만난 서울 성북구 H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많이 지쳐 보였다. 그는 (기자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일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행복기숙사 건립반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세월호 언급) 현수막을 붙인 것"이라며 "이제 떼어냈으니 그만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 행복기숙사 건립에 반대하는 H아파트 주민 일동이 걸었던 현수막.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으셨나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고 적었다. |
ⓒ SNS갈무리 |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해당 사진이 퍼졌고, '기숙사 건립이 세월호 참사와 무슨 관련이 있냐?'며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다. 항의가 계속되자 H아파트 관리실은 주민들과 논의해 해당 현수막을 제거한 것이다.
입주자들, '대학생들 음주'와 '애정행각' 때문에 기숙사 반대?
최근 세월호 참사 언급 현수막으로 논란이 크게 일었지만 서울 성북구 행복기숙사 논쟁은 수년째 이어진 문제다.
지난 2015년 교육부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년 넘게 방치되다시피 한 서울 성북구 H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국유지(1만 3979㎡)에 행복기숙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행복기숙사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에게 월 20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재단은 지난해 4월에 설계를 마치고 지난 2월 관할 성북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계획대로 건립됐다면 지방 출신 750여 명의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에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지역 H아파트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기획기사 등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이 "아동 성추행과 술판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행복기숙사를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이 상황에서 지난 5일 세월호를 언급한 행복기숙사 반대 현수막까지 등장해 더욱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과연 H아파트 주민들이 보도대로 대학생들의 음주와 애정행각 때문에 행복기숙사를 반대한 것일까?
▲ H아파트 212동에 베란다에 걸린 행복기숙사 반대 현수막 |
ⓒ 김종훈 |
사학진흥재단은 주민 요구에 맞춰 시공 기준 자체를 더욱 높였다. 그러면서 "오는 8월 1일 새롭게 시공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계획 시점보다 입주 시점이 2년이나 늦어진 2020년 1월에나 입주가 가능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얘기다.
H아파트 주민들은 행복기숙사 건립반대 추진위원회까지 자체적으로 만들어 반대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스스로를 H아파트 212동 거주자라 밝힌 한 주민은 "(보도와 달리 반대 이유는) 대학생들의 음주가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도가 잘못 나가 오히려 다른 지역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핵심은 11층짜리 행복기숙사가 들어오면 H아파트 212동과 213동, 214동엔 바람이 전혀 들어올 수 없다는 점입니다."
H아파트는 서울 성북구 내에서도 상당히 고지대에 있다. 행복기숙사가 들어올 부지는 해당 아파트 입구 좌측으로 돈암초등학교 후문 쪽 언덕이다. 대형건물이 들어오면 일조권과 조망권 등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사학진흥재단 측도 인정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사학진흥재단은 "행복기숙사가 최초 11층 높이로 건축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11층과 5층 높이의 건물을 아래에서 연결한 구조로 설계를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민원을 고려해 설계를 조정했다는 의미다.
▲ 위쪽에서 바라본 서울 성북구 행복기숙사 부지. 20년 넘게 방치돼 인근주민들이 밭에 농작물을 심기도 했다. |
ⓒ 김종훈 |
H아파트 주민들 측에서는 이미 행복기숙사에 대한 허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행복기숙사 추진 반대 위원회가 건축 허가 취소를 위해 행정소송과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또 주민들은 성북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통해 행복기숙사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난해 9월부터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공사용 대형차량으로 인해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 인근 초등학교 후문에서 바라본 서울 성북구 행복기숙사 부지. 뒤쪽으로 H아파트 212동, 213동, 214동이 보인다. |
ⓒ 김종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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