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본격화 전기요금 얼마나 오를까

고재만 2017. 7.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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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거래소 상황실 /사진=매경DB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17]
-신재생 비중에 따라 전기료 인상 전망 18~79%까지 제각각
-여권서도 25% 이상 인상 불가피 인정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무분별하게 늘렸다는 판단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30%에서 18%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그 대신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20%에서 37%로, 신재생에너지를 5%에서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NG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발전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발전비용이 상승하고 덩달아 전기요금 인상도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이행될 경우 발전비용이 급증하면서 전기요금이 최소 18%에서 최대 79%까지 오를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발전원별 한국전력의 구입단가를 비교해 보면 원전이 kwh당 68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석탄화력(74원) LNG(101원) 신재생에너지(157원) 순이다. 원전을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전기요금은 40% 안팎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명으로 구성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문 대통령 공약 이행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률을 36~40%로 추정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았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공약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5% 안팎 인상될 것"이라며 "현재 5만5080원인 4인 가구 월 전기요금(350kwh 사용 기준)이 1만3770원 정도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권도 탈원전·탈석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교수는 "원전이나 석탄발전에 따른 각종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옹호론자인 황주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앞으로 추가 원전 건설 및 계속 운전을 하지 않으면 21GW를 대체해야 하는데 LNG로 대체 시 추가 비용은 약 14조원, 전기요금은 25% 상승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시 추가 비용은 약 43조원, 전기요금은 79% 상승할 것"이라며 "전면적인 탈핵이 아닌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적절히 조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독일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13년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00년과 비교할 때 40.7%나 급등했다. 특히 탈원전을 선언하고 전체 원전 설비의 40%를 줄였던 2011년부터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원자력발전 대신 돈이 많이 드는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각 가정에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부과했는데 전체 전기요금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독일은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두 번째로 비싼 나라가 됐다.

전기요금 인상은 비단 가정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장 등에서 이용하는 산업용과 일반 가게 등에서 이용하는 일반용(상업용) 전기요금도 크게 뛰면서 기업과 자영업자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이 실현될 경우 작년 대비 2030년 전기요금은 산업용이 기업당 1320만7133원 뛰는 것을 비롯해 교육용(782만4064원) 상업용(82만2900원) 가정용(6만2391원) 등도 평균 31만3803원(17.9%)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 유가가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임을 고려하면 향후 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경우 탈원전에 따른 산업용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신정부 전원(電源) 구성안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및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등을 적용할 경우 발전 비용이 전년 대비 21%(11조6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단 이 수치는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작년 평균 배럴당 43.4달러)일 때를 가정한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70~150달러까지 오르면 발전 비용도 덩달아 24.2~30.8% 급증한다.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전비용 증가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를 올리고 국내총생산(GDP)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고 염려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이 최소 20%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물가는 1.16% 오르고, GDP는 0.93%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고재만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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