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사가 환자 24시간 관리하는 시대 온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7. 7. 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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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인공지능 의사 왓슨' 총괄하는 IBM 부회장 큐 리]
서울서 태어난 이민 2세대 의사, 공공·민간 비즈니스 두루 섭렵
"질병 미리 포착·차단해 비용 절감.. 의사 진료 15분, AI가 주치의 역할"

"저의 한국 이름은 '이규박'입니다. IBM 왓슨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말솜씨는 어설펐지만, 발음은 왠지 '토종 맛'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어릴 적 부모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2세대 의사다. 현재 IBM에서 부회장이자 최고 보건책임자(Chief Health Officer)를 맡아, 세계 최초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을 총괄하는 큐 리(Kyu Rhee) 박사 이야기다. 그는 지난 4일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특강차 내한했다.

리 박사는 "나의 한국말은 방학 때 서울 와서 상도동 친척집을 다니며 배운 다섯 살 수준"이라며 "다른 이민 가정처럼 영어를 잘해야 미국에서 성공한다고 해서 영어를 쓰며 자랐다"고 말했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그도 예일대를 나와 내과·소아과 겸임 의사가 됐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 석사도 마쳤다. 보건부와 국립보건연구소 등에서 공중보건 관련 국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IBM 의료 사업 분야로 옮겼고, 2015년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 의사로서 공공과 민간 비즈니스를 두루 섭렵한 이력이다. 그는 "미래 의료는 환자에게 맞춤형 처방을 제공하고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쪽으로 발전하기에 인공지능 의사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재미 한인 의사 큐 리 박사는 “앞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의사가 등장해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코치하는 인공지능 주치의를 옆에 두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현재 암 진료에 특화된 왓슨 종양학은 국내에서 가천대 길병원, 건양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6개 대학병원에서 가동 중이다. 미국, 태국, 인도, 폴란드 등 전 세계 55개 병원에서 운영 중인데, 우리나라에 가장 많다. 리 박사는 "한국인들이 의료분야 테크놀로지에 개방적인 편인 것 같다"며 "최고의 처방을 다양한 계층과 지역의 환자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의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왓슨 종양학은 3000개의 의학저널과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 자료를 습득한 수퍼컴퓨터다. 환자 자료를 입력하면 7초 내에 처방을 제시한다. 임상시험 중인 약물을 찾아주는 왓슨과 환자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 왓슨도 나와 있다. 요즘은 왓슨이 환자 차트를 스스로 읽고 분석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리 박사는 "왓슨은 의사가 데이터를 찾고 관련 논문 뒤지는 시간을 줄여줘서 의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는 역할"이라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말을 더 많이 듣고 환자와 교감하는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이용할 경우 의사들이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찾아내는 시간이 50여 분에서 20여 분으로 줄어들었다.

인공지능 의사는 앞으로 환자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리 박사는 "당뇨병 환자의 몸에 붙여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치와 왓슨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계획 중인데, 그렇게 되면 왓슨이 환자의 혈당이 올라갈지 내려갈지 분석해서 환자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알려주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한번 진료받을 때 의사를 기껏해야 15분 만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 의사가 있으면 365일 24시간 주치의를 옆에 두는 셈이라고 리 박사는 설명했다.

의료계에 인공지능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하자, 리 박사는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인공지능 의사가 등장해 중증 질병 발생 위험을 미리 포착하고 차단하게 돼 전체 의료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의사는 좀 더 인간적으로 변하고, 환자는 과학적으로 자기 질병을 밀착 관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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