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기업과 中企의 상생, 인센티브로 유도하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배석한 산업자원부 간부가 틈새 시간에 내게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할 해법이 있겠는가"라고 묻기에 "대기업 구매담당 임원과 대통령이 같은 시각에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자고 한다면 그 사장은 누구를 만나러 가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대기업과의 거래에 사활이 달린 중소기업에게 대기업 임원은 그야말로 '수퍼 갑'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을 강조하고 압박도 했지만,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원가 절감 노력으로 얻은 과실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쓸어가는 부당함 등에 있어서 의미 있는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과의 거래 지속에 흥망이 달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보복성 거래 단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저항하기는 어렵다. 불공정하다 해도 거래를 원하는 중소기업이 즐비한 현실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처벌 정도의 제재로는 개선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생 협력에 나서게 할 대안 모색이 절실하다.
대기업 오너 2~3세는 상속이나 증여세 납부로 의결권이 줄어 가업을 승계하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외국계 기업 사냥꾼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을 가장 걱정한다. 그래서 안정적 승계와 경영권 유지를 위해 편법 상속, 횡령, 탈세 같은 범법까지 불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에 기여한 정도에 맞춰서 오너 소유 주식에 차등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포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상생 협력과 일자리 증대에 나설 적극적 동기를 주자는 것이다. 상법을 일부 개정하면 가능한 일이다.
대기업의 도움이나 협력 없는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또한 대기업의 대외 경쟁력 상실은 관련 중소·벤처기업에게 더 큰 고통으로 연결되니 무작정 대기업의 목을 죄는 것은 타당치 않다.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은 순망치한의 관계이기도 한 것이다. 요컨대 대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유지하고, 오너의 안정적 경영권 유지에 도움을 주고, 중소기업들에게도 도움 되는 최선의 정책은 대기업 스스로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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