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다음 수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완전한 ICBM의 개발을 위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핵탄두 소형화, 고체연료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발표한 국방과학원 보도에서 "국방과학원 과학자, 기술자들은 새로 연구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온전한 핵보유국 지위를 다져야 동등한 위치에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사실상 핵무장을 마친 상황에서 국제무대를 향해 핵보유국임을 부각하는 선전활동 등의 작업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미 군당국은 ICBM의 완벽한 기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국방부도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전날 발사한 '화성-14형'미사일을 'ICBM급 신형미사일'로 평가하면서 "고정형 발사대에서 발사하고,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재진입 기술 성공여부의 미확인 등을 고려할 때 ICBM의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연료성능도 문제다. 북한은 '화성-14형'에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액체연료는 추진체에 주입하는 데 30여 분가량 소요돼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될 가능성이 크다. 또 독성이 강한 질산을 산화제로 쓰기 때문에 한번 주입한 후 일주일 이내에 쏘지 않으면 엔진이 부식될 우려가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의 개발 완료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익숙한 액체연료 체계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고체연료를 개발하기 위한 추가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탄두 탑재를 위한 핵무기 소형화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군당국은 북한이 아직은 소형화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미사일에 탑재되는 핵탄두 중량은 648kg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한미 양국의 제재나 압박공세에 대응해 핵탄두 소량화를 위한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풍계리 핵실험장 내 인력과 물자 등의 움직임은 그동안 꾸준히 포착돼 왔다. 일각에서는 비가 자주 내리고 동남풍이 불어 방사능 확산 우려가 큰 여름철보다는 가을이 핵실험의 적기여서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에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핵실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과 3번 갱도는 상시 핵시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며 "폭발력이 증대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핵탄두와 ICBM 등 미사일에 대해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하겠지만 사실상 핵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 셈"이라며 "북한은 앞으로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우리와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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