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 무법자' 배달 오토바이..경찰도 속수무책
배달업계 "고객 신속배달 요구에 불법 알지만 어쩔 수 없어"
인도 주행해도 범칙금 4만원 뿐..단속강화·처벌수위 높여야
안전사고 예방 및 교통문화 정착 위해 인도주행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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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모처럼 대학로에 나들이를 나온 직장인 고모(27·여)씨는 보행환경개선공사를 마친 소나무길(대학로11길)을 거닐다 눈살을 찌푸렸다. 보도와 차도를 마구잡이로 넘나드는 오토바이로 인해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토바이 인도주행, 30년 ‘고질병’…경찰 단속에도 증가세
오토바이가 보도로 주행하는 것은 명백한 도로교통법(13조 1항) 위반이다. 그러나 꾸준한 경찰 단속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의 보도주행은 수십 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인도로 갈 때는 운전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한해 200명 내외의 보행자가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에 치여 다친다.
오토바이 보도주행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발생한 이륜차 대인 교통사고 2426건 중 보도 불법통행으로 일어난 사고는 202건(8%)이다. 이들 사고로 운전자를 포함 223명이 다쳤고, 68명은 중상을 입었다. 2013년(2098건 중 139건)과 2014년(2363건 중 173건)과 비교하면 3년째 증가 추세다.
경찰 단속을 확대·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차량이 보도를 침범하면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를 질주하며 시민들을 위협하는 오토바이 단속을 위해 정부는 최근 도로교통법(150조)을 개정해 양벌제를 도입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배달업체 오토바이가 인도를 불법주행하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적발됐을 때 운전자 신원을 알 수 없을 경우에는 업주에게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지방경찰청 차원에서 특별 단속을 실시하는 등 인도주행 오토바이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단속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목격하면 누구나 손쉽게 신고할 수 있는 ‘스마트 국민제보 목격자를 찾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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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서울 용산에 사는 정모(23)씨는 “지난달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에 놀라 쓰러지신 적이 있다”며 “자칫 연세가 많은 분이 크게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원 김주현(28)씨는 “분명 차량통행이 금지된 보행전용거리인데 오토바이가 마구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걸 자주 목격한다”며 “경찰은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반면 인도 주행의 주범인 배달업계는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불법인 줄 알지만 업주 측은 신속 배달을 요구하는 고객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은 업주들 등쌀에 떠밀려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배달음식점협회 관계자는 “고객들 성화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보도와 차도를 넘나드는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단속하면 영세업자들로서는 범칙금 폭탄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배달업체에서 일했다는 신모(25)씨는 “불법인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신속배달을 요구하는 업주 눈치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 선진문화 정착뿐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오토바이의 보도주행 근절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선 전 경찰교육원 교수는 “영세업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등 일부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단속과 계도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도 “생계형 교통수단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실효적인 단속을 펼쳐야 보도주행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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