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35] 한국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기란
난민이라니! 한국에서 이 정도면, 1년에 한 번 해외여행 다닐 정도 월급 받는 정규직 회사원이면 ‘배부른 축’에 속한다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영어가 짧아 참았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기업 비정규직 비율은 38.5%다. 청년 일자리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지난해 2030 실업자 수는 59만2000명으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대 실업률은 9.8%로,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비정규직을 줄인다면서, 무늬만 정규직에 임금 낮고 노동시간은 긴 ‘중규직’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주 개봉한 영화 ‘옥자’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미란도 그룹 직원 김군이 수퍼 돼지 옥자를 태운 트럭을 운전한다. 보조석에 탄 중년의 박사가 못 미더운 표정으로 “1종 면허는 있는 거냐”며 꼰대 같은 질문을 해도 대꾸가 없다. 잠시 후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옥자를 쫓아가자는 ‘꼰대’에게 “제가 1종 면허는 있는데 4대 보험이 없어요”라고 하며 차 키를 창밖으로 던진다.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회사가 망한 거지, 전 상관없어요”라고 인터뷰하는 모습은 더 통쾌하다.
“요즘 비정규직이 많다는데, 기자 일로 밥벌이가 되나요?” 얼마 전 강연을 갔던 고등학교에서 들은 질문이다. “그 회사는 근무환경이 어떠냐”는 질문도 나왔다. 고등학생이 벌써 이런 걱정을 하는 게 귀여워 다른 기자에게 일화를 전했더니 자기도 고등학교에 강의를 갈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10대부터 밥벌이를 고민하는 시대다. “유럽 애들이 우리 난민 수준이래” 농담처럼 써두기엔 힘든 청춘이 아직 너무 많다.
이 현 사회2부 기자
▶ 북 "ICBM 성공"···미국에 심리적 선전포고
▶ "최종·결정적 향응" 박상기 후보, 룸가라오케 접대 의혹
▶ 여름에만 '반짝' 호프집, 돌연 매출 '대박' 어떻게
▶ "가장 산산조각낸 범죄인데···" 청문회선 음주운전 관대
▶ "네가 무섭다"···인천 초등생 살해범에게 교사가 한 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