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례적 기각, 경찰 재신청…조는 “요건 부합” 발부해 줘
27년 전 박시환 전 대법관(64)이 기각한 이른바 ‘불온서적(이적표현물)’을 판매한 서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61)가 발부해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법관은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1990년 5월28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당시 서울동부지법 판사였던 박 전 대법관은 서울 성동경찰서가 <민중의 바다>와 <조선노동당략사> 등 이른바 불온서적을 판매했다며 한양대학교 앞 한마당서점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최근엔 법원이 인정하는 이적표현물의 범위가 좁혀져 있지만 당시는 이 책들을 소지하거나 판매하면 형사처벌을 받았다. 박 전 대법관의 당시 영장 기각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박 전 대법관은 기각 사유서에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언론출판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전통적인 헌법이론에 따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실재한다’고 인정될 때에만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데도 검찰과 경찰이 문제의 서적들이 국익을 해칠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요청한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전 대법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이라며 다른 법원의 판례를 첨부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다. 우연찮게도 같은 법원에 판사로 근무하던 조재연 후보자가 영장을 발부했다. 조 후보자는 “압수대상물이 모두 명시됐고 몇몇 서적은 다른 법원에서 유죄로 판결받은 것들이어서 영장 청구 요건에는 부합한다”며 경찰 입장을 받아들였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1985년 6월17일자 경향신문을 보면 당시 서울형사지법 김선종 판사는 <세계경제론>을 판매한 출판사 지양사에 대한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압수수색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경찰은 “<세계경제론>이 저개발과 빈곤의 원인을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제국주의적 잉여 수탈 때문이라고 분석한 내용이 국익에 반하는 허위사실의 유포”라고 덧붙여 영장을 재신청했고 같은 법원에 근무하던 조 후보자가 발부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