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금단의 섬, 거제 저도 시민에 돌려줘야"

글·사진 김정훈 기자 2017. 7. 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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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거제 주민들, 출입 통제·조업 차단에 다시 ‘반환 운동’

지난 2일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마을에서 저도를 바라보며 임차섭 유호마을 어촌계장(59)이 어민들의 조업 해역 등을 설명하고 있다.

“45년간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조업을 막는 것은 잘못됐다. 이제는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난 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마을 앞바다에는 어선들이 아침 조업에 분주했다. 마을 앞 1.4㎞가량 바다 너머에는 ‘금단의 섬’ 저도(돼지섬·43만8840㎡)가 보이나 주민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다. 선착장에서 어선 세척작업을 하던 이정배씨(65)는 “군사제한구역인 저 섬을 침범했다고 동네 대부분 사람이 군인들에게 붙잡혀 몽둥이로 맞고 벌금도 물었다”며 “물고기 잡을 곳이 마을 앞바다뿐인데 조업하지 말라고 하면 주민들은 뭐 먹고 사느냐”고 말했다.

저도는 사연이 많은 섬이다. 2011년 발행된 <장목면지>에 따르면 저도에는 40여가구가 살다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되면서 주민 대부분이 쫓겨났다. 섬은 6·25전쟁 때는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되다 해방 이후 해군이 주둔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하계 휴양지로 사용됐다.

1954년 섬 소유와 관리권이 국방부로 완전히 넘어갔고, 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섬을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으로 ‘청해대’로 이름을 붙이고 군사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일반인 출입과 어로 행위가 전면 제한됐다. 저도에는 현재 9홀 규모의 골프장과 200여m의 백사장, 300㎡ 크기의 대통령 별장이 있다.

1970년대에 마지막으로 저도에서 나온 윤연순씨(82)는 “박정희 대통령과 가족들을 먼발치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며 “저도는 농사도 잘됐고 해산물도 많이 나는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거제시민들의 ‘저도 반환 운동’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거세졌다. 이에 해군은 1993년 저도의 청해대 해제와 행정구역을 거제시에 넘기고 해역 대부분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유와 권리권은 군에 남았다. 섬에는 들어갈 수 없었고 저도 북쪽 해안선 1~2㎞가량의 해역은 고기를 잡을 수 없다. 유호마을에만 80여가구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임차섭 유호마을 어촌계장(59)은 “45년간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조업을 막는 것은 너무하다”며 “저도의 바다와 자연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이젠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와 해군은 관광지 활용 등 저도 반환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한 ‘저도 반환 공약’ 때문이다.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은 “거가대교가 섬을 통과하고 있어 보안 목적의 출입통제는 무의미해졌다”며 “특수층의 휴양지로 변한 저도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군 관계자는 “군사기지가 있는 해군 모항인 진해와 수출입이 잦는 부산신항의 방어를 목적으로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국방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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