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14형, ICBM인가 아닌가?

입력 2017.07.04 (20: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끝내 발사했다.
연초부터 북한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올해 안에 발사를 성공하겠다고 예고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다. 취임한 지 불과 몇달 밖에 안된 한국과 미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만나 북한에게 도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바로 4일 만에 무시됐다.

북한은 오늘(4일) 미사일 발사 6시간 뒤 이례적으로 '특별 중대 발표'를 했다. 통상 미사일 발사 하루 뒤 조선중앙TV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과 영상 또는 사진을 공개하던 관례를 벗어난 것이다. 이렇게 당일 관련 보도를 낸 경우는 지난해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발사 뒤 1년 5개월 만이다. 김정은이 권력은 잡은 뒤로는 3번째다.


북한은 중대 발표에서 오늘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차량이 실어 나르고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세워져 발사되는 것으로 보인다.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가 달린 액체 연료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화성 14형'으로 불렀다.


북한은 최고 정점 고도가 2,800km에 달했고 비행거리는 930여km, 비행 시간은 39분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주변 국가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탄도미사일 발사 각도는 35도 정도인데 이 각도를 더 높였다는 뜻이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정점고도에 3을 곱하면 대략 파악이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 공식을 대입하면 화성 14형의 사거리는 8,000km가 넘는다. ICBM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통상 사거리가 5,500km를 넘어야 한다. 화성 14형은 ICBM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ICBM이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ICBM이라고 인정 받으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단분리' 기술, 여기에 더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기술'을 갖춰야 한다. 오늘 발사로 해당 기술을 갖췄는지 좀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국은 ICBM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ICBM보다는 지상배치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군 대변인 역시 "초기 평가 결과 북한이 쏜 미사일은 ICBM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근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 북한은 이제 세계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한 핵강국이라고 강변했다.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이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했던 그 경계를 넘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어쨋든 북한이 갖고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더 길어졌고, 그만큼 한반도와 미국에 미치는 위협도 증가했다. 남은 북한의 도발은 6차 핵실험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화성 14형, ICBM인가 아닌가?
    • 입력 2017-07-04 20:05:35
    정치
끝내 발사했다.
연초부터 북한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올해 안에 발사를 성공하겠다고 예고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다. 취임한 지 불과 몇달 밖에 안된 한국과 미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만나 북한에게 도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바로 4일 만에 무시됐다.

북한은 오늘(4일) 미사일 발사 6시간 뒤 이례적으로 '특별 중대 발표'를 했다. 통상 미사일 발사 하루 뒤 조선중앙TV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과 영상 또는 사진을 공개하던 관례를 벗어난 것이다. 이렇게 당일 관련 보도를 낸 경우는 지난해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발사 뒤 1년 5개월 만이다. 김정은이 권력은 잡은 뒤로는 3번째다.


북한은 중대 발표에서 오늘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차량이 실어 나르고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세워져 발사되는 것으로 보인다.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가 달린 액체 연료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화성 14형'으로 불렀다.


북한은 최고 정점 고도가 2,800km에 달했고 비행거리는 930여km, 비행 시간은 39분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주변 국가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탄도미사일 발사 각도는 35도 정도인데 이 각도를 더 높였다는 뜻이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정점고도에 3을 곱하면 대략 파악이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 공식을 대입하면 화성 14형의 사거리는 8,000km가 넘는다. ICBM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통상 사거리가 5,500km를 넘어야 한다. 화성 14형은 ICBM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ICBM이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ICBM이라고 인정 받으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단분리' 기술, 여기에 더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기술'을 갖춰야 한다. 오늘 발사로 해당 기술을 갖췄는지 좀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국은 ICBM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ICBM보다는 지상배치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군 대변인 역시 "초기 평가 결과 북한이 쏜 미사일은 ICBM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근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 북한은 이제 세계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한 핵강국이라고 강변했다.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이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했던 그 경계를 넘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어쨋든 북한이 갖고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더 길어졌고, 그만큼 한반도와 미국에 미치는 위협도 증가했다. 남은 북한의 도발은 6차 핵실험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