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성역은 박근혜 게이트와 이건희 성매매?

김도연 기자 2017. 7. 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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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노조, 자사 보도 감시 보고서 공개… “박근혜와 삼성에 불리한 기사는 축소”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연합뉴스 노조가 지난 3일 특보를 통해 자사 보도가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축소하고 삼성에 민감한 보도를 회피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연합뉴스 데스크들이 편집권을 남용하고 삼성 앞에서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이주영·이하 연합뉴스지부)가 공개한 특보를 보면, 연합뉴스 데스크들은 기사 제목을 수정해 비판의 논조와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편집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테면, “박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의약품 구매 2배로 급증”이라는 종합 기사는 데스크를 거치며 “이명박 정부도 유사 프로포폴·마늘주사 구매”(2016년 11월28일자)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 박근혜씨가 대통령이던 시절인 2015년 7월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내 부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박근혜씨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시민 반응을 취재 기자가 “시민들은 ‘싸늘’”이라고 제목을 붙이면 “시민·민간단체 평가 엇갈려”(2016년 11월4일자)로 바뀌었다는 것.

영국 유력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 사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카드뉴스(“영혼을 앗아간 최면술사 ‘스벵갈리’”)는 송고 1시간 만에 삭제됐는데 사측은 “자극적인 데다 최면술 적용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박 전 대통령에 빗댔다”고 밝혔다고 노조는 전했다.

데스크에 의해 연합뉴스 단독 보도가 제때 보도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연합뉴스 특검취재팀이 지난 3월6일 특검의 수사 발표를 앞두고 공소장을 미리 입수해 하루 전인 5일 새벽 엠바고를 달아 시리즈 기사를 올렸지만 “관련 당사자의 해명을 충분히 반영해 ‘밸런스’를 맞추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관련 보도는 YTN이 5일 새벽 “공소장 단독 입수”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뒤에야 송고됐다.

연합뉴스 외국어뉴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에디터들은 부서 회의에서 “JTBC 보도가 조작됐을 수도 있는 것”, “외국 독자들은 최순실 사태에 관심없다”, “전형적인 옐로 저널리즘이다”라는 발언을 하는 등 축소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지부는 “(간부들은) 전 세계 언론이 관심을 쏟고 중요하게 다뤘던 사안을 황색 저널리즘으로 치부했다. 최순실 기사에 대한 ‘피로감’이 많다며 많이 읽는 다른 이슈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집회 현장에서 취재 기자가 기사에 녹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민의 코멘트는 삭제됐다. 비판이 나올 때마다 사측의 해명은 ‘팩트에 기반해 균형 있는 시각’을 지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지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연합뉴스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처음에는 의도적 방관으로, 그 다음에는 적극적인 부당 지시 형태로 나타났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영진의 왜곡된 현실 인식에 있겠지만 중간 간부들은 부당한 지시를 거르기보다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 뉴스타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동영상 화면. 사진=뉴스타파
특보를 보면 삼성에 대한 보도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과 관련한 보도들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檢 ‘동영상 속 행위 ‘성매매’ 맞다’ 결론…이건희 기소중지”라는 제하의 단독 기사는 보도되지 않다가 기자들의 반발로 뒤늦게 보도됐다. 

검찰이 뉴스타파가 공개한 동영상에 등장한 중국 국적 여성을 성매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성매매 상대방인 이 회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은 지난 4월 알려졌다. 

당시 연합뉴스 기사는 검찰이 이 회장의 성매매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내용으로,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사였다. 

하지만 송고된 기사(2017년 4월2일자 “‘이건희 동영상’ 검찰 수사 사실상 종결..남는 의혹은”)는 제목과 부제에서 ‘성매매’란 어휘가 빠졌고 실제 행위에 관한 기술은 삭제됐다.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식물인간 상태인 이건희 회장 얘기를 다시 꺼내 욕되게 할 필요가 있느냐”,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도 구속돼 삼성이 ‘초상집’인데 굳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지부는 또 이 회장 동영상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영문 기사가 한 건도 송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는 “삼성에 불리한 기사는 국익에 좋지 않다는 논리가 적용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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