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수첩 예찬..안종범은 '머쓱'

장은지 기자 2017. 7. 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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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 증거성 놓고 특검과 삼성측 공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증인으로 나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메모 스타일을 칭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특검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사초(史草)'라 불리는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다. 총 56권의 수첩은 안 전 수석의 깨알 같은 메모가 담겨 있다. 이 수첩에 대해 삼성 측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은 4일 이뤄진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수첩의 신빙성을 재판부에 각인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특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35차 공판에서 "증인께서 수첩에 굉장히 정확하게 기재를 했다"며 "수첩에 적으실때 빨리 잘 적으셨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상대적으로 잘 적고 못 적었는지는 제가 뭐…"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특검은 안종범 수첩의 특정 페이지를 보여주며 "증인 수첩 부분을 보면 당시 전경련 회의록(2015년 7월5일)에 기재된 박상진 피고인(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의 발언과 (내용이) 유사하다"고 치켜세우며 "수첩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들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기재한거 맞죠"라고 질문했다. 안 전 수석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수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특검은 "대통령이 말씀하실때 그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받아적었을 뿐 증인이 가감하거나 한건 없었죠"라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굉장히 빨리 말씀하셨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쓴건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만을 적었을 뿐, 안 전 수석이 개인적으로 메모한 것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선 '키맨'인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이 이뤄지며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과 방청객이 몰렸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기간 경제수석에 이어 정책조정수석으로 재직하며 '왕수석'이라 불린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단독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이날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업무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증언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평소 경찰, 국정원 등 각종 라인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수석들에게 질문한다. 언론 기사 내용에 대한 질문도 하기 때문에 안 전 수석은 평소 대통령의 이같은 질문이나 지시사항에 대해 수첩에 메모하고, 비서관에 관련 지시를 해왔다. 또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을 어떻게 이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이행보고'라는 양식을 따로 만들어 대통령에 보고했다.

안 전 수석은 "경찰이나 국정원은 항상 정보보고를 하게 돼있고 거의 매일 (대통령이)받아보시는 걸로 알고 있다"며 "거기에 대해 내용을 지시하거나 문의하거나, 그 외에 언론보도를 수시로 보시기 때문에 언론에 나오는 사항을 보시고 지시를 하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행사나 그외에 국민들을 접촉했을 때 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건의사항들을 기억해뒀다가 진행상황을 체크하신다든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다. 삼성 측은 안 전 수석이 직접 독대에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대 관련 안종범 수첩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대기업 회장과의 개별면담의 경우 대통령께서 끝난 이후 전화로 말씀을 해주셨다"며 "어떤 경우는 잠깐 시간이 있으시면 면담이 끝난 후 저를 불러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제게 말한 적도 있지만 정확하게 구분은 못한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이 수첩에 적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관련 메모가 대통령이 전화로 불러준 것인지 만나서 들은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 삼성과 특검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은 안 전 수석이 독대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안 전 수석의 관련 메모를 '결정적 증거'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 주장의 핵심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과의 독대 자리에서 삼성 현안과 관련해 승마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그 사이에 부정한 청탁 대가로 뇌물 수수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말한 것에는 독대 때 실제 말한 내용 외에도 추가로 (대통령이 의견을)덧붙여서 말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달과 기록 과정에서 부정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안종범의 독대 관련 메모를 실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또한 안종범 수첩은 적법절차에 의해 수집한 증거인지 의문이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없고 판례를 봐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재식 특검보는 "안종범 수첩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오늘 증인신문을 통해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015년 7월 독대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것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며 특검은 수첩만 가지고 입증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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