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제보 조작' 파문]"이유미에게 당도 속았다"는데..검사 출신 의원들은 뭐했나
[경향신문] ㆍ당, 조직적 개입 ‘선 긋기’…부실 검증 의혹·책임 커져
“이유미에게 당도 속았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이 3일 밝힌 ‘문준용씨 취업특혜 제보 조작사건’ 진상조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다선 의원이 즐비하고, 검사 출신도 여럿 포진한 당이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변변한 정치 경력도 없는, 공명심에 사로잡힌 이씨의 제보 조작에 놀아났다는 것이다.
■ 물증 요구하자 물증 조작
김 의원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월27일 이씨로부터 “준용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파슨스스쿨 동료를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해당 동료의 진술과 물증을 요청했다. 이에 이씨는 5월1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작한 뒤 캡처해 이 전 최고위원에게 보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녹취록 등 추가 물증을 요구했고, 이씨는 5월3일 동생과 허위 녹음파일을 만들어 건넸다.
이 전 최고위원은 5월4일 ‘지인’으로부터 받았다며 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인원·김성호 부단장에게 카카오톡 캡처화면과 녹음파일을 전달했고, 공명선거추진단은 대선을 나흘 앞둔 5월5일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는 대선 뒤인 지난달 21일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자 24일 조작 사실을 대선 때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 등에게 실토했다. 그 전까지는 당에서 아무도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 이씨에게 속았다는 국민의당
의혹의 핵심은 이씨의 배후 내지 공모 여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제보 조작’ 연루 의혹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이 전 최고위원이 조작을 지시·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공명선거추진단은 조작된 증언을 폭로한 주체다. 부단장들은 조작된 캡처화면에 등장하는 김모씨, 박모씨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결과 실제 파슨스스쿨 출신으로 확인된 점 등을 토대로 제보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이들 역시 이씨에게 속았다는 것이다. 김인원 부단장은 부장검사 출신이다.
박지원 전 대표에 대해선 “조작행위에 가담했거나 이를 활용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도 “6월25일 이용주 의원의 전화보고가 있기 전까지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부실 검증’의 문제라는 게 진상조사의 결론이다. 제보자의 신원을 끝까지 확인하지 못한 점 등은 단순 실수이지 고의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공명선거추진단의 책임일 뿐, 박·안 전 대표 등 지도부는 제보 내용을 기자회견 전에 보고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한때 집권까지 내다본 공당이 이씨의 조악한 조작에 속아 ‘국기 문란’ 범죄에 가담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 이준서는 언제 알았나
이씨는 5월8일 오전 이 전 최고위원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것이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백 번도 넘게 생각하는데 안된다 하시니 미치겠어요”라고 했다. 조작 사실을 밝히려는 이씨를 이 전 최고위원이 만류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씨가 제보자를 보호해주려는 뜻에서 보낸 문자로 이해했다”고 진상조사단에 해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5월1일 이씨로부터 캡처화면을 전달받은 뒤 바이버를 통해 박 전 대표에게 발송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호남에 머물고 있었고 서울에서 휴대전화를 관리하고 있던 비서관이 보고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박 전 대표 측은 밝혔다.
하지만 당일 이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와 한 차례 짧게 통화한 사실이 파악됐다. 박 전 대표에게 제보 내용을 유선으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제보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면 선대위 최고 책임자로서 ‘부실 검증’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박 전 대표는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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