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VR, 기술 관점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지난 수 세기 동안 많은 과학자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3차원의 가상현실 세계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힘써왔다. 실생활에서는 불가능한 것까지도 안전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가상현실기술은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장과 전이가 용이한 대표적인 융복합기술이다. 국방, 항공·우주산업에서부터 시작된 가상현실의 응용분야는 자동차나 철도, 플랜트 등의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의료나 스포츠, 게임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가상현실은 시공을 초월하는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경험을 제공한다. 세계선도 IT기업들의 VR·AR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기존의 가상현실 기술이 가지고 있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VR 전시회에 우리 회사도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VR 기술이 접목된 4D 모션 시트 등의 어트랙션 제품을 전시했다. 지방에서 열린 행사임에도 가상현실을 체험하려는 수천 명의 관람객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주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대부분은 체험학습을 나선 중고등 학생들과 부모님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들이었다. 각 부스의 체험 장치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마치 테마파크나 놀이 공원에서 탑승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과 흡사했다.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어린아이들에게 우리 제품을 체험하게 할 것인가? 이유인즉, 대부분의 VR 헤드셋 제조업체들은 그들이 만든 헤드셋 사용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삼성 기어VR은 13세 이상,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은 12세로 나이를 제한하고 있다. 다른 제조사들도 비슷한 입장이거나 딱히 연령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어린이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민 끝에 전시회 기간 초등학생들의 VR 모션시트 탑승을 제한했다.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선 부모님들께는 양해를 구했다. 이해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다른 회사의 부스에서는 딱히 제한하지 않는데 왜 유독 우리 회사만 그러느냐는 항의도 있었다. 일단 VR 헤드셋 제조사들의 권고에 따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특정 연령의 어린이가 VR 헤드셋을 착용함으로써 어떤 악영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가까이에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게임을 오래 하면 그것이 근시의 원인인 것처럼 아이들의 생체 발달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상정도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지 말라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실제로 VR 헤드셋은 눈 가까이에 디스플레이 장치가 있지만, 영상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우리 눈은 광학적으로 상당히 멀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간헐적인 VR 헤드셋의 사용은 책이나 스마트폰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보다 문제가 적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가상현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특히 어린이의 VR 헤드셋 사용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 우린 많이 알지 못한다.
VR 기술을 활용한 우리 회사 제품의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전시회를 마치고 돌아와 긴 시간 자료를 검색하며 VR 헤드셋 사용 연령 제한의 근거와 이유를 찾았지만,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과학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변호사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흐름에 따른 기술과 시장의 변화로 생기는 우려에 대해보다 적극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는 식의 규제적 관점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이어야 한다. 법과 규제를 만드는 입장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안목으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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