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작동하는 법

2017. 7.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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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최근 몇 년간 중국에 갈 때 마다 듣는 얘기다. "실리콘밸리보다 우리 중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더 뜨겁다." "스타트업 투자금이 넘쳐난다. 너무 과열됐다." "명문대를 나왔는데 친구들이 대기업에 가지 않고 거의 다 창업을 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글로벌 유니콘 스타트업의 숫자만 봐도 중국인들이 이런 얘기를 할 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CB인사이츠가 집계한 글로벌 유니콘스타트업 약 200개 중 약 4분지 1인 40여 개사가 중국 스타트업이다. 왜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렇게 활성화된 것일까.

그런데 최근 중국 레전드 캐피탈 박준성 전무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박전무는 레노보그룹이 설립한 중국의 톱 벤처캐피탈인 레전드캐피탈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다. 박전무는 중국 스타트업생태계의 키워드를 6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지속적인 수퍼스타 기업가들의 탄생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바이두의 로빈리 이외에도 유니콘스타트업 창업으로 거부가 된 수퍼스타 창업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두번째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창업이다. 꼭 IT분야 뿐만이 아니고 약국, 병원, 부동산 등 전통산업 영역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나오고 투자를 받고 성장해서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병원도 상장해서 조 단위 가치 회사가 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세번째로 만인의 창업이다. 스타트업계에 끊임없이 다양한 인재가 유입된다. 본토 출신 대학생들이 졸업 후 연간 23만 명 이상 창업에 도전하며 수많은 해외유학생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창업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미 성공한 기업의 임직원들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창업시장으로 나온다.

네번째는 큰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투자환경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스타트업은 대부분 망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처럼 성공하는 경우 큰 시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다. 투자한 자금의 100배 이상의 회수도 가능하다. 그래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

다섯번째, 풍부한 자금조달환경이다. 중국에서는 2000개가 넘는 벤처캐피탈이 활동 중이다. 한국의 10배가 훨씬 넘는다. 엔젤도 많고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만든 펀드도 많다. 스타트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도 스타트업 투자에 열성이다. 이 3회사만 최근 3년간 98조원을 투자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도 중국에 많이 진출해있다. 풍부한 자금 덕분에 중국의 스타트업은 빠르게 유니콘급으로 성장하고 메가딜도 많아진다.

마지막 키워드는 이런 선순환을 만드는 중국정부의 독특한 방임과 규제정책이다. 중국정부는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차량공유서비스, 핀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산업영역이 대두했을 때 바로 규제하지 않고 방임한다. 업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승자가 등장할 때가 돼서야 비로소 정부가 규제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규제에 들어가 새로운 싹을 죽여버리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박전무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창업자가 되는 것이 이득이 휠씬 크다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중국의 창업생태계가 실리콘밸리 못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민 모두가 알만한 창업 수퍼스타는 별로 없다. 세세한 정부규제 때문에 규제가 없는 서비스업 쪽으로만 창업이 몰려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소액의 초기투자는 늘었다고 하지만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액이 투자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니 유니콘 스타트업도 나오기 어렵다. 큰 규모의 상장이나 기업인수 등 엑싯이 거의 없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가 나오기 어렵다.

스타트업계를 비교하면 마치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고 한국이 사회주의국가 같다. 그만큼 중국은 규제가 없고 자유로운 창업과 투자가 일어나는 반면 한국은 정부규제와 통제가 많고 그런 환경이 큰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이것만 봐도 우리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명백하다. 중국 이상으로 규제를 풀고 뭐든지 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신성장산업을 키울 수 있다.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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