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저는" 대신 "나는"이라고 말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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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미 경제협력이.", "나의 이번 방문이.", "나와 우리 정부는."
불과 1시간 전 헤이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나라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선 "저는~"이라고 말했던 문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공동언론발표문에서나 공동성명에서도 "저는"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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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미 경제협력이….", "나의 이번 방문이….", "나와 우리 정부는…."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이 미묘하게 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워싱턴 D.C.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서밋 기조연설에서 모든 자신에 대한 지칭을 "나는~", "나의~"라고 말했다.
불과 1시간 전 헤이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나라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선 "저는~"이라고 말했던 문 대통령이다.
이 자리에선 "제가 노동변호사 오래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친기업'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친기업-친노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서밋-CSIS 연설서 처음으로 '나' 발언 '의미심장'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 전까지 취임 이후 모든 연설을 포함한 공개발언에서 "저는~", "저의~"라는 존칭 표현을 썼다.
한국을 찾은 외교사절단이나 각계 인사들과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국내 행사나 국제 이벤트를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됐다.
문 대통령은 이틀 뒤인 30일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나는~", "나의~"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공동언론발표문에서나 공동성명에서도 "저는"이라고 했다.
외교적 작은 표현에도 신경…'정치적 파장 누구보다 잘 알아'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하는 발언은 일상적인 '말'과 구별되는 외교행위다. 작은 표현 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지는 외교언어의 특성상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영향력과 국가의 진로에 미치는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독회담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위원장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나는'이라고 했느냐, '저는'이라고 했느냐를 두고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인 바 있다.
"주권국가 대통령으로서 당당한 외교 펴겠다는 메시지"
문 대통령은 연설문을 본인이 직접 가다듬는다. 작은 표현이나 수사도 문 대통령의 손을 거쳐야 '완성본'이 된다.
이번 순방길에 오를 때에도 비행기 안에서 직접 원고와 기념사 등을 거듭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에 여러 차례 줄을 긋고 수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나이가 어린 정치인 후배를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도 반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까운 보좌진을 부를 때에도 "○○씨"라고 한다. 대통령 취임 후 직급이 낮은 공무원에게도 "저는~"이라고 해왔다.
이번 "나는~" 발언은 문 대통령의 의도된 발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애써 '나는'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국내용' 메시지이자 기록이다. 영어로 '나'와 '저'의 해석 차이는 없다. 모두 'I'가 된다. 현장 동시통역에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모두 "I"로 번역됐다.
이와 관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박수현 대변인은 기자와 만나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나'라고 표현한 것은 주권국가 대통령으로서 당당한 외교를 펴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길에 숨겨놓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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