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영어로 하겠다"-트럼프 "와튼스쿨!" 정상회담 막후

김성휘 기자 2017. 7. 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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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靑, '경제통상분야 밀렸나' 관측에 대화 요지 공개(종합)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靑, '경제통상분야 밀렸나' 관측에 대화 요지 공개(종합)]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7.6.30/뉴스1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경제통상 분야 미국의 압박에 밀린 것일까. 3일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도리어 문 대통령 등 한국 측 참석자들이 미국 논리에 적극 반박하며 회담을 주도했단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열렸던 백악관 확대정상회담에선 미국 측 공세를 우리가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장면이 적잖았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 큰 손해를 보고, 한국이 철강덤핑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한미 FTA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수출이 356% 늘었고 중국의 철강덤핑은 한국이 도리어 피해자라고 맞섰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지 무상제공, 평택기지 건설비용 등을 언급하며 안보 무임승차론도 논리적으로 대응했다.

한미FTA로 미국이 피해? "조사해보자" 역제안=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작부터 무역문제를 공세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문 대통령은 "한미FTA 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인지는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 양국 실무진으로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서 FTA의 무역 영향을 조사분석하자고 역제안했다. 아울러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것이어서 나는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다"며 "나의 이 자부심이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양국관계가 발전해 나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비즈니스맨이자 경영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을 포착한 듯 "한국이 석탄화력에서 LNG로 에너지전환을 천명했고 이 필요한 LNG를 미국이 공급할 수 있다. 미국이 좋은 조건만 맞추면 가능한 일"이라고도 제안했다.

"中 철강 우회수출 말라" vs "우리도 피해, 공동대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서 보면 미국의 대 한국 적자가 (한미 FTA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자동차와 철강 예를 들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이 '공격수'로 가세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 우리 측에선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경제통' 참모들이 미국 측 논리를 무력화했다. 장하성 실장은 "한국이 세관 통관에서 미국에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분명 양국간 존재하는 절차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또 김상조 위원장이 키를 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한국 공정위는 한국내 독점과 과점의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앞서 29일 만찬에서도 로스 장관이 제기한 철강 자동차 불균형에 대해 반박했다.

우리 측 최대 무기는 구체적 통계수치였다. 김현철 보좌관은 "FTA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56%나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차 시장 순위도 1위인 독일차 다음으로 2위로, 빠르게 독일을 추격중"이라고 말했다. 양국 경제가 FTA를 통해 상호 '윈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보좌관은 또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통해 우회수출, 미국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에 "우회수출 비율이 2%밖에 되지 않고 중국 철강의 최대 피해국은 오히려 한국"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시장도 25%나 중국 철강에 잠식당하고 있다. 더구나 사드 (보복)때문에 중국 내 한국 기업도 큰 피해를 보고 있으니,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에 대해 공동 대처하자"라고 역제안을 했다.

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 잠재워=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측은 미국이 대한국 무역적자 와중에 주한미군의 주둔비도 쏟아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국방비가 높은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며, 주한미군 주둔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대해 "매티스 장관도 한국에 와봤지만 무려 450만평 되는 평택기지는 가장 첨단적으로 건설되고 있고 이 소요비용 100억달러를 전액 한국이 부담한다"며 조목조목 '무임승차론'을 잠재웠다.

이쯤 되자 이쯤 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우호적인 멘트로 화답하기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며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 참 감사하다.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라고 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관계가 한층 발전하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하고 미국의 우정을 한국인에게 다시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오 와튼스쿨" 트럼프 재치에 '빵' 터져= 트럼프 대통령의 위트도 인상적이다. 회담이 양측 치열한 설전으로 달아오를 무렵, 미국 유학파인 장 실장은 "이제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응수했다. 일순 웃음이 번지며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장 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나온 '동문'이다.

장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늦었지만 당선 축하한다"며 "제 저서가 중국어 출판 예정인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고 말했다. 한국도 중국의 경제보복에 피해자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로스 상무장관은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장 실장 책이 번역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회담장에 폭소가 일어났다.

정상회담의 구체적 대화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우리 측 발언을 공개하면서 '안보를 취하되 경제는 내준 것 아니냐'는 정상회담 평가에 대해 해명했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 수용론 등이 끊이지 않는 데에 대화공개로 반박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국익이 걸린 문제에 한 치 양보도 없이 날카로운 설전을 교환했다"며 "오히려 대화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왔다"고 말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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