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읽는 기술..4차산업혁명 성공 조건

신현규,원호섭,정슬기,김윤진 2017. 7. 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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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각광 구글글라스·VR기술 어지럼증 등으로 관심 식어..'인간' 없는 기술은 무의미

매경·KAIST 공동기획 4차 산업혁명 교육의 길 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엄밀하지 못한 정의 자체에 대한 설왕설래는 차치하더라도 지나치게 기술 자체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아직 본격적으로 꽃이 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은 각종 기술이 인간 삶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때가 와야 비로소 열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은 이런 관점을 갖고 있는 KAIST의 윤여선 교수(경영대학원)와 석현정 교수(산업디자인학과)에게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순간을 대비하는 교육의 자세를 물었다.

윤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논의는 무성하지만 스마트폰 이후 그와 같은 대형 상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워치나 '구글 글라스'는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혁신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패했거나 성장세가 가파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구적 경험(Experience with)에서 한 단계 진보한 체험적 경험(Experience in)이라는 개념을 표방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역시 아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수많은 기업이 편리성을 주장하며 출시하고 있는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 교수는 "세상에 없던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이런 미지근한 반응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잡고자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에는 실망스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도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 중 하나로 VR를 꼽지만, 정작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몇 분만 지나면 어지럼증과 안구건조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가지는 한계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그 원인은 기술 개발과 제품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간에게 주는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혁신적인 제품' '세계 최고의 제품'이라는 타이틀에 현혹되지 않는다. 윤 교수는 "기존의 제품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새로움'이 있어야 비로소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테슬라 이전에도 전기차는 있었다. 하지만 가솔린에 비해 테슬라 이전의 전기차가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없었다. 테슬라는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혁신적 기술, 친환경에 대한 윤리적 자부심 등을 소비자들에게 안겨주기보다는 전기차의 가장 우수한 성능이었던 가속력(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 속도에 다다르는 동안 소요되는 시간)을 차별화시켰다. 이로써 테슬라는 경쟁사 최고 수준의 빠른 가속력과 스피드를 갖고 있으면서 에너지 비용은 훨씬 적은 새로운 개념의 차량으로 자리매김했다.

석 교수도 "VR를 쓰고 하는 경험은 어지럽지만 구글맵에서 추억의 골목길을 찾아다니는 30분은 마냥 행복하다"며 "VR를 활용하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기술이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상황에 따라 누군가가 나에게 맞는 옷을 추천해 주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기존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는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기성복이 주어진 사이즈대로 살아야만 했던 시대라면, 이제는 산업에서도 탈권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석 교수는 "파운데이션 3단계 중 하나에 내 피부를 맞추는 게 아니라 오늘 내 피부 톤과 화장을 하는 목적에 맞게 파운데이션이 조색되는 때"가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인간 중심적 기술혁신을 이루려면 기술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두 교수의 진단이다. 기술을 인간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디자인교육과 경영교육이 필수적이다. 석 교수는 "KAIST에서 주도하는 '거꾸로학습' 방식의 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과의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 전달은 영상강의를 통해 최소화하고 강의실에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개발하더라도 얼굴에 낀 기미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현명함을 가져야 한다"며 "그것이 기미를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특정 영역의 전공에 국한하여 전문가를 키워내는 전통적 교육 환경을 허물고 인간에게 주는 가치를 목표로 공학과 인문학 등의 다양한 학문의 협력을 통해 연구하는 학제 간 연구 환경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사람의 자존감 보호와 감성 증진이 함께한다면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새 패러다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성장 과정에 모든 사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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