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밝힌 한미 정상회담 '막후'.."트럼프 압박, 文대통령 역공"

김태규 2017. 7.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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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한미 FTA 효과 조사하자" 역제안에 美 '당혹'
장하성 정책실장 '촌철살인' 농담에 분위기 반전
트럼프, 장 실장 와튼스쿨 강의 이력 언급 해 '웃음꽃'

【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2017.07.0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뒷얘기를 3일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남북관계에 있어 실리를 얻은 반면, 경제문제에 있어선 일방적으로 몰아붙임을 당했다는 분석기사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전반적인 회담 분위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문제보다는 무역문제를 거론하며 이어질 확대 회담에서 통상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對) 한국적자가 2배이상 늘어났다며 자동차와 철강분야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와 철강분야가 주 원인으로 꼽으면서 우리 정부 대표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양국간 호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실무협의를 해나가면 된다"고 말해 회담 초반 굉장한 긴장감이 돌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 미국 측에서 배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 등이 교대로 발언을 하면서 우리 대표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자 "우리 정부는 원자력·석탄화력으로부터 LNG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이미 천명했고, 필요한 LNG를 미국이 공급할 수 도 있다"며 "좋은 조건만 맞추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험한 분위기를 누그려뜨렸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FTA 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FTA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제대로 스터디(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그래서 양국 실무진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꾸려 한미 FTA가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자"라고 역제안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경제문제를 연결해 언급을 하자 조목조목 수치를 대가면서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선거기간 중에 안보문제에 대해 '무임승차론'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맹국 중 하나다"라며 "미국산(産)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며, 주한미군 주둔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매티스 국방장관도 한국에 오셔서 잘 알겠지만 450만평에 달하는 평택기지는 최첨단으로 건설되고 있고, 소요비용 100억달러 전액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역공에 물꼬를 트자 장하성 정책실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힘을 보탰고,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경제분야에 있어서의 미국 측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장 실장은 한국이 세관 통관에서 미국에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지 않고,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내 독과점의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방어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한미 자동차 무역불균형 문제를 제기한 미 상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 FTA 이후에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56%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과, 독일 자동차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어필했다.

김 보좌관에 이어서 장 실장이 다시 영어로 얘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 와튼스쿨"이라며 장 실장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의 강의 이력을 언급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등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장 실장이 본인의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인지, 출판이 중단됐다는 점을 거론하자, 로스 상무 장관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는 제안했다.

이에 장 실장이 "미국에서 번역돼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응수했고, 회의장 내 폭소가 터졌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나도 상호 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번에 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서 참 고맙다.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고 언급, 대화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넘어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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