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노동시간 VS 낮은 생산성

이용택 기자 2017. 7. 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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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두 명이 지구를 찾아와 한 달 간 지구를 관찰해 본 뒤 지구 지배자에 대한 보고서다.

세계 2위에 이르는 긴 노동시간 탓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5년 OECD 35개국 가운데 28위로 평가됐다.

노동시간이 길어 추가수당은 더 나가는데 생산성은 낮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낮은 생산성에 긴 노동시간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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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지구는 다리가 네 개 달린 자동차가 지배한다. 다리가 둘 달린 인간은 그들의 노예다. 인간은 밤낮으로 일하고 자동차는 주차장이라는 곳에서 어울려 논다”

외계인 두 명이 지구를 찾아와 한 달 간 지구를 관찰해 본 뒤 지구 지배자에 대한 보고서다. ‘퓨처 싱크’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직원 눈으로 보면 상사의 잘못이 보이고, 반대의 입장에 서면 모든 게 직원 잘못으로 비쳐진다.

부엉이가 밤의 제왕이지만 낮에 보면 무력한 새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밤에 활동하도록 창조된 부엉이한테 낮에는 ‘눈뜬 장님’이라고 비아냥댄다면 그것은 부엉이의 시각이 아닌 인간의 시각일 뿐이다.

지금 우리 기업에 큰 고민거리중 하나는 노동생산성과 근로시간이다. 노동생산성에 대한 문제는 관리자의 시각이고, 근로시간에 대한 지적은 노동자의 입장일 수 있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요구조건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 해 동안 1인당 2,000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이다.

통계치가 있는 1980~2007년까지 27년간 줄곧 노동시간 1위를 차지하다 2008년부터 멕시코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곳은 멕시코와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그리스뿐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현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리자 자리에서 보면 정반대의 통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무역규모에서 최상위권으로 평가받지만 노동생산성은 평균치를 밑돈다. 세계 2위에 이르는 긴 노동시간 탓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5년 OECD 35개국 가운데 28위로 평가됐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67.9%, 미국에 비하면 50.5%에 그친다.

관리자나 오너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이 길어 추가수당은 더 나가는데 생산성은 낮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쟁국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실적이 급감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근로자의 요구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일이다.

두 통계가 다 맞는 얘기인데 근로자 입장에서 보느냐, 아니면 관리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요구사항과 주장이 달라진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긴 노동시간에 여가를 누릴 시간이 없고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소연할 수 있고, 관리자나 사측은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 논쟁이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조짐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한쪽에서만 봐서는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다. 야당은 야당논리만 펴고, 여당은 정권옹호 발언만 일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낮은 생산성에 긴 노동시간이 문제다. 둘 다 문제라는 얘기다.

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는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동시에 임금, 근로시간에 대한 대타협도 이뤄져야 한다. 생산성이라는 것도 노사가 마음이 맞아야 시너지를 내며 올라간다. 한계에 봉착한 주력산업과 새로운 먹거리의 부재, 저성장 등 대한민국이 어쩌면 새로운 흐름으로 가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외계인의 눈에 지구를 지배하는 것이 자동차로 비쳐지듯 다른 쪽에서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면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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