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민원창구 '광화문1번가' 위력, 공정위를 움직였다

황국상 , 세종=민동훈 기자 2017. 7. 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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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하도급대금 부당감액에 직원 120명 임금·퇴직금 미수령" 주장에 공정위 조사 착수

[머니투데이 황국상 , 세종=민동훈 기자] [[the L] "하도급대금 부당감액에 직원 120명 임금·퇴직금 미수령" 주장에 공정위 조사 착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신설한 정책제안 플랫폼 '광화문1번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움직였다. 하도급업체가 삼성중공업에 대해 제기한 불공정 거래 의혹에 대해 지난 8개월간 방관하던 공정위가 ‘광화문1번가’로 민원이 접수된 지 불과 2주일 만에 전격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지난달 22~23일 양일간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사업소를 방문해 하도급계약 등 제반자료를 압수했다. 이번 공정위 현장방문 조사는 삼성중공업의 선박거주구(Deck House) 임가공업체인 A사가 지난달 초 광화문1번가에 탄원서를 보낸 데 따른 것이다.

A사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에 걸쳐 삼성중공업과 계약관계를 이어오는 동안 실제 투입비용의 59.3%~74.4%에 해당하는 만큼의 대금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노무량이 아니라 삼성중공업 측의 관리프로그램이 산출한 자료를 기초로 계약이 일방적으로 강제됐다는 주장이다.

A사가 밝힌 미지급 대금은 총 34억1300만원이다. A사는 지난해 10월초 공정위에 미지급 대금발생을 신고했으나 공정위 측은 현황조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미지급 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공정위가 손놓고 있는 동안 A사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미지급대금 등으로 인해 재무상황이 지속적으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삼성중공업 측이 A사와의 거래를 중단키로 하면서 A사에 속한 120명의 사원들이 임금·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나갔다.

A사 대표이사인 K씨는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신고서를 접수한 후 수차례 조사진행 상황을 문의했지만 '소송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한다'는 등 소극적인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K대표가 광화문1번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민원을 낸 바로 다음 날 공정위 담당자가 K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광화문1번가에 민원을 제기한 때로부터 불과 2주만에 공정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사무소에서 자료를 수거해갔다. K대표의 거듭된 읍소에도 8개월간 움직이지 않았던 공정위였다.

공정위는 이번에 수거한 자료 등을 분석해 제보된 불공정거래 혐의사실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 삼성중공업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반박의견을 받게 되면 이를 반영한 보고서를 공정위 전원회의에 상정해 처분을 내리게 된다.

하도급법(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발주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부당감액으로 인한 손해가 입증될 경우 발주사는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할 책임을 진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협력사가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동안 계약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왔고, 공정위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간 불공정거래 등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약속은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맨 앞에 놓일 정도로 중시되는 분야다. 행정당국인 공정위는 물론 수사당국인 검찰까지 팔을 걷어부친 이유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차그룹 부품업체인현대위아가 하도급대금을 부당감액하고 소비자 불만과 관련한 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한 사실을 확인하고 3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검찰고발 조치까지 내린 바 있다.

검찰도 최근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질영업을 해온 혐의를 받는 미스터피자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오는 3일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김철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내외 불공정 관행이 만연해 있는지에 대한 점검·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거래상 지위 등을 남용한 불공정행위가 없는지 미리 예방하고 위반사항이 없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국상 , 세종=민동훈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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