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4차 산업혁명, 우리만의 '코끼리' 빨리 그려내야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 주요국들은 서둘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영국은 저술, 대중예술, 행위예술, 애니메이션 등 창의성이 집중적으로 요구되는 지식 콘텐츠산업(창의 산업)을 경제 활성화의 중심축으로 삼는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중요한 사실은 전통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이 강한 나라가 바로 영국이라는 점이다. 즉, 영국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창의 산업이라는 자국의 강점 분야를 온고지신(溫故知新)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진배없다.
몇 년 만에 국내에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실체를 속히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흥미롭게도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처음 제안한 원저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이 거대 코끼리의 밑그림만 보여주고 나머지 작업은 이를 사는 사람에게 숙제로 남겨두었다.
현재까지 주요국들이 그려낸 코끼리 그림의 작품명은 다르다. 미국의 디지털 경제, 독일의 industry 4.0, 일본의 로봇 신전략, 중국제조 2025등이 그것이다. 미국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컴퓨팅에 기초한 산업인터넷, 독일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장시스템의 스마트화, 일본은 인공지능을 접맥한 로보틱스, 중국은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산업 선진화를 코끼리의 긴 코로 표현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 코끼리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보틱스, 클라우드컴퓨팅, 스마트센서 등 그 신체 각각을 조화로이 움직여야만 초고속 맞춤형 소량생산, 공유경제, 제로비용 유통 등 풍성한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다. 이미 발 빠른 기업들은 불과 서너 시간 만에 고객의 취향을 고스란히 옷으로 담아내고, 수천 킬로 밖 차량과 숙박 시설의 여유 공간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찾아준다.
1차 산업혁명을 기계혁명, 2차를 전기혁명, 3차를 IT혁명이라고들 불러왔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한 마디로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이터혁명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기초 데이터의 수집, 정제 및 활용에 능한 나라와 기업이 부를 독차지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세상이 목전에 있다. 또다시 돌아가면 늦는다. 소모적 논쟁을 접고, 속히 우리 만의 코끼리를 그려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한영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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