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직 심판 최규순씨가 재직 중 야구 관계자들과 금전 거래를 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두산 구단 고위관계자가 해당 심판에게 급전을 빌려준 내용이 확인됐다. 최씨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퇴사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 중순 두산 구단 관계자에게 현금 3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두산은 이에 “개인 돈을 빌려준 것은 맞지만, 구단 공금을 쓴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달 시기가 플레이오프 두산-LG전 하루 전이었던 데다 최씨가 해당 경기 구심으로 마스크까지 쓴 것이 확인되면서 경기 개입 의구심까지 따르는 상황이 됐다.
전직 프로야구 심판 최규순씨. 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KBO 규정 위반한 심판과 구단
KBO가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최씨는 당시 KBO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을 먼저 찾아 이 문제에 대한 직접 해명한 나섰다. 최씨는 몇몇 매체에서 익명의 심판 관련 보도가 나오자 정 센터장을 찾아 “개인적으로 돈을 빌린 적은 있지만, 돈을 빌린 대가로 경기 조작에 가담한 것처럼 나오는 것은 사실과 달라 힘들다”며 “승부 조작은 추호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센터장은 2일 “그 연장선상에서 구단과 금전 관계와 관련해 심판 전수 조사를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또 최씨가 심판으로 나선 전 경기를 모니터링했지만, 혐의를 갖고 의심할 부분이 전혀 없었다. 이에 이같은 내용을 정리해 지난 3월 상벌위원회을 열었고, ‘개인 일탈’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O 규약 제15장 ‘이해관계의 금지’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조항에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있는 것을 감안하면, 완전히 덮고 가지는 말아야할 내용이었다.
■‘비공개’로 파문을 키우며 이미지 실추된 KBO
KBO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기회가 앞서 있었다. 최씨의 금전 거래에 대한 풍문이 몇해 전부터 적잖이 돌았기 때문이다.
두산만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구단의 자진 신고 때문이다. KBO는 심판뿐 아니라 각 구단에도 심판과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두산만이 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KBO는 “해당 구단 관계자 또한 피해자일 수 있어 법적 해석을 거쳐 비공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씨에 대한 제보는 이미 몇 해 전에도 있었다. 한 구단이 “최씨가 빌리는 것을 전제로 금전을 요구한다”며 KBO 차원에서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지만, KBO는 구체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물증이 없었던 데다, 직접 제재가 어려운 심판위원회 문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기강이 단단한 조직 문화 속에서 베테랑 심판에 대한 냉정한 처분을 내리지 못한 것이 결국 프로야구 전체 이미지에 상처를 입힐 폭탄으로 자라고 말았다.
■모두 공(公)과 사(私) 구분이 불투명한 탓
또 하나 지적되는 것은 프로야구 구성원간 관계성이다. 이들은 이른바 야구 선후배로 얽혀있다. 야구선수 출신은 심판들 역시 각 구단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과 사적인 관계로 끈이 닿아았다. 사적 연결고리를 끊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는 심판도 적잖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금전 거래를 하려했던 것은 여전히 사적 영역의 관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씨가 술자리 싸움과 관련된 합의금 명목으로 구단 관계자에게 돈을 부탁했던 대목 또한 상식적인 구단-심판 간 관계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최씨는 두산 구단 최고위층인 사장에게 늦은 밤 급전을 요청했다. 최씨가 오래 전 두산 육성선수였던 것을 감안해도 납득이 쉽지 않은 행동이다.
두산은 지난 시간 땀 흘려 쌓은 성적까지 의심받게 됐다. 2013년 플레이오프 두산전에서 LG 현장을 지킨 한 코치 역시 “당시 판정에 특별히 논란의 소지가 될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지만, 해당경기는 자꾸 조명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정 센터장은 “최근 문체부 관계자에게 연락이 와 관련 내용을 설명한 적이 있다”며 “다음주 초에 경위 보고서를 다시 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