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 바람’ 잠재운 아마추어 ‘돌풍’, 최혜진 KLPGA 초정탄산수오픈 우승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07.02 15: 43

 골프 대회의 묘미이자 투어 프로를 괴롭히는 요소 중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날 챔피언 조에서 반드시 우승자가 나오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경기 중에는 리더보드를 아예 보지 않는다는 선수들도 많다. 그래서 골프를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라고 한다. 
2일 강원도 평창 버치힐 골프장(파72, 6379야드)에서 열린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 원) 3라운드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골프팬들의 관심이 챔피언조, 즉 김지현(26, 한화) 이정은(21, 토니모리) 최혜용(27, 메디힐)의 접전에 쏠려있는 사이 한발 앞서 더 큰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국가대표 최혜진(18, 학산여고)이 그 주인공이었다. 아직 KLPGA에 입회하지 않은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올 시즌 최혜진은 이미 기성 프로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지난 달 18일 끝난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오지현과 함께 공동 4위, 5월의 E1 채리티 오픈에서는 2위에 올랐던 그다.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에 대회 스폰서 추천으로 참가한 최혜진은 2일 벌어진 최종라운드에서 날카로운 송곳을 제대로 드러냈다. 
2라운드까지만 해도 중간합계 5언더파 공동 10위에 머물렀던 최혜진은 3라운드에 들어서자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3 2번홀 버디로 기분 좋게 시작한 최혜진은 전날에 비해 거리가 대폭 당겨진 파4 5번홀(263m)에서 드라이버 샷을 홀컵 2미터 남짓한 거리에 올려놓았다. 가볍게 이글 성공. 
최혜진의 그림 같은 샷은 파4 16번홀에서 또 나왔다. 5번홀 이후 버디 4개를 더 잡아 스코어는 김지현, 조정민과 더불어 12언더파 공동 선두가 된 상황. 제법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최혜진의 8번 아이언 세컨드샷이 그린을 향해 날았다. 공이 핀 앞에 떨어지나 싶더니 순간 형체가 사라졌다. 홀 컵 20cm 앞에는 같은 조에서 경기하던 장수연의 공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 틈을 비집고 정확하게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2번째 이글을 잡은 최혜진은 순식간에 14언더파 단독 선두가 됐다. 챔피언조와 최혜진을 오가던 시선의 균형이 최혜진 쪽으로 확 기울었다. 김지현과 조정민의 추격이 있었지만 최혜진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 우승. 
아마추어 신분이면서 최종라운드 대역전극이라는 표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최혜진은 이 날 많은 기록을 남기며 우승했다. 이날 하루 기록한 9언더파는 이 대회 코스레코드이며, 14언더파 202타는 2015년 고진영이 기록한 대회 최소타도 1타 줄인 기록이다.  
또한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에서 우승하기는 2012년 김효주 이후 5년 2개월만의 일이다. 김효주는 2012년 4월 ‘제5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했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지난 5주 동안 ‘지현’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우승하던 흐름도 최혜진에 의해 깨졌다. KLPGA 투어는 지난 5월 28일 E1 채리티 오픈에서 이지현2가 우승한 이후 김지현2(롯데칸타타 여자오픈), 김지현(S-OIL 챔피언십), 김지현(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오지현(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까지 5주 연속 ‘지현’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우승했다. 
아마추어는 우승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우승상금 1억 원은 차순위자들에게 돌아간다. 최혜진은 만 18세가 되는 오는 8월 23일 이후 KLPGA 입회 신청이 가능하며, 이 경우 절차를 거쳐 프로 신분으로 출전할 수 있는 첫 대회는 10월 열리는 KB금융 챔피언십으로 예상 된다. 조정민과 김지현이 13언더파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1등 상금 1억 원, 2위 상금 5,750만 원을 둘이서 7,875만 원씩 나눠 갖는다. 
김지현2가 12언더파 4위, 이정은6가 11언더파로 5위에 랭크 됐다. /100c@osen.co.kr
[사진] 여고 3년생 최혜진이 밝은 표정으로 18번홀을 벗어나고 있다. /평창=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