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690억 달러 기업 창업자 스캔들로 쫓겨나다

샌프란시스코/강동철 특파원 2017. 7.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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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창업 트래비스 캘러닉]
언제 어디서든 차 호출
우버 76개국 진출
음식 배달·무인차까지 다양한 분야 넓혀 인기
스타트업계의 '악당'
기존 택시 업체와 분쟁 운전자에 단속 피하는
불법 프로그램 제공 성추문 스캔들로 종지부
2015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DLD(Digital·Life·Design) 혁신회의에서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가 발언하고 있다. 캘러닉 창업자는 지난달 성추문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우버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 위키미디어

"세상 어떤 것보다 우버를 가장 사랑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지만, 우버가 쓰러지지 않고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고, 우버를 떠나겠습니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만든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사퇴 발표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무기한 휴직을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시카고까지 찾아와 사퇴를 요구한 투자자들과의 면담 끝에 이를 수용했다. 캘러닉의 사퇴는 지난 2월 우버에서 근무했던 여성 엔지니어인 수전 파울러가 사내에 만연한 성추문 스캔들을 폭로한 지 4개월 만이다.

◇690억달러 기업 일궈냈지만 스캔들 논란으로 퇴임

캘러닉은 공동 창업자인 가렛 캠프와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를 창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버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캘러닉이 아니라 캠프였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수십 분씩 기다리던 캠프가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를 호출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두 사람은 '우버캡스'라는 이름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곧바로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는 '누구나 운전자가 돼 돈을 벌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차를 호출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8년 만에 북미·유럽·아시아 등 세계 76개국에 진출했다. 우버는 음식 배달(우버 이츠)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무인 트럭 업체 '오토'를 6억8000만달러(약 78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무인차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무려 690억달러(약 78조6600억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공격적인 우버의 행보는 세계 각국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 규제를 완전히 무시했던 우버는 진출하는 곳마다 현지 정부, 기존 택시 업체들과 극심한 분쟁을 겪었다. 한국에서도 운수업 면허 없이 택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제를 무시했다가 결국 차량 공유 서비스를 철수하기도 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서는 운전자의 개인 정보를 제출하라는 정부 지시에 불응해 1년여간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구글의 모(母)기업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캘러닉 창업자는 기존에 짜인 구조에 불응하고 대항하는 파이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우버가 꺾이기 시작한 건 작년 8월이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우버차이나를 중국의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에 매각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우버가 중국 시장에서 디디추싱과의 경쟁에서 졌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경찰 단속을 피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미국 이용자들 사이에 '우버 앱 삭제' 운동이 일어났고, 우버는 스타트업 업계의 악당(Villai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캘러닉의 퇴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지난 2월 직원의 성추문 스캔들이었다. 수전 파울러가 우버에 근무하는 동안 직장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인사 담당 부서에 알렸지만 상사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트 사고로 어머니가 사망하는 개인적인 비보(悲報)까지 겹치며 캘러닉 CEO는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CEO 물색 나선 우버…캘러닉의 영향력은 여전

우버는 캘러닉의 후임 CEO 물색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리코드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우버는 신임 CEO 후보군으로 토머스 스태그스 전 디즈니 CEO와 수전 워츠치키 유튜브 CEO 등을 접촉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닉 창업자가 우버 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은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캘러닉은 CEO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7명의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다. 그가 보유한 지분은 10%지만, 수퍼 의결권을 부여받아 1주당 10주에 상응하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우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의 퇴임을 계기로 성과 우선주의가 지배했던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상당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 NYT는 "우버의 초고속 성장에 이은 급전직하는 실리콘밸리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며 "캘러닉을 나락으로 이끈 책임은 그에게 제대로 조언 한마디 하지 않은 회사 임원들과 투자자들에게도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에릭 슈미트 회장과 셰릴 샌드버그 COO라는 현명한 조언자가 있었지만, 캘러닉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

-197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

-1998년 UCLA 중퇴

-1998년 스타트업 '스카우어(Scour)' 창업했다가 실패.

-2001년 '레드 스워시(Red Swoosh)' 창업해 2007년 1900만달러에 매각

-2009년 '우버' 창업

-2017년 6월 최고경영자(CEO)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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